차를 세우고 주차장 문을 닫기 전에 항상 우편물함으로 간다. 열쇠로 열고 가득한 우편물을 꺼낸다. 대부분 전단지, DM, 쿠폰들이다. 우편물함에서 주자장 입구까지 걸어오는 짧은 시간에 능숙한 손놀림으로 광고우편물을 분류하며 “어떻게 매일 같은 쿠폰을 보내냐”며 불평한다. 어느 날 바로 그 쿠폰이 필요한데 찾으니 없다. 분리수거함을 뒤져도 없다. 일주일을 기다려도 그 쿠폰은 오지 않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며 투덜거리다 제품을 정상가격으로 산 적이 있다.
쿠폰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쿠폰을 모으고 관리한다. 그렇게 못하는 필자 같은 사람은 정가를 지불한다. 정가로만 팔았으면 가격 민감 고객을 잃었을 것이고, 가격을 인하했으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살 의사가 있는 고객에게서 추가 이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회사는 같은 상품을 갖고 두 집단의 고객에 각각 다른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했다.
쿠폰과 포인트는 유행이 아니다. 선심성 고객서비스로 모든 분야에 다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고객의 가격 민감도에 따라 실행하는 가격 전략 중 하나다.
사업가들이 고객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학자들로부터 ‘가격’이라는 정답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피터 드러커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가격이라는 개념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잭 웰치가 경영하던 GE의 열차차량사업부는 열차차량 가격으로 씨름하지 않았다. 고객(철도회사)이 진짜 원하는 것은 좋은 열차차량이 아니라, 중단 없는 열차운행이라는 걸 알고 차량판매보다 운행중단율 감소와 연동된 가격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더 큰 이익을 내면서 고객을 만족시켰다. 같은 원리로 제록스는 복사기에 가격을 매기지 않고 ‘복사’에 가격을 매겨 큰 성공을 거뒀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가격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의 가치 체계를 이해하는 것에 따른다. 주변의 상품과 서비스를 돌아보라. 어디에 가격표가 붙었는지 살펴보라. 상품의 고객이 진정으로 가치있게 여기는 것에 가격이 매겨졌는가?
같은 제품에 가격만 재정의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이 일어난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