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가족

배우 채시라의 남편이자 아이패밀리SC 대표인 김태욱씨는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인생에서 가족을 후순위에 뒀다고 고백한다. 결혼을 한 지 14년이 됐고, 사업을 시작한 지도 14년이 지났다. 그가 지난 14년 동안 하숙생처럼 집에서 잠만 자고 나오는 생활을 하는 동안 어느덧 두 아이는 훌쩍 자라있었다. 그는 사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의 일상을 모두 놓치고 살아왔다. 그 순간 ‘내가 뭘 위해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고,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비단 이런 생각을 하는 이는 김태욱 대표뿐만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녀, 배우자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바라보면 누구나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나’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물음은 김태욱 대표가 결국 ‘가족’이라는 책을 내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가족의 개념을 피를 나눈 가족에서,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200여명의 가족까지 확대해 바라봤다. 김 대표는 “회사의 가족도 14년이 되다 보니 조금씩 병이 든 곳도, 매만져야 할 부분도 생기게 됐다”며 “당근도 주고 채찍도 줘봤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스 클로즈업]가족

아이패밀리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책이었다. 책을 기획하고 계획하면서 매주 직원들과 책에 관한 회의를 하고 토론하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고질적인 문제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는 “가족은 매일 부대끼며 지지고 볶고 살지만, 결국 가족에게 위로 받고 위안을 얻듯이 가족의 행복과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책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하고 다소 철학적인 물음에서 출발하지만 강렬하면서도 감성적인 화보가 곁들여져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여기에 김태욱 대표의 진솔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음악소년, 가족으로 세상을 품다’가 더해져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14년간 함께 지내온 가족들과 회사 직원들. 그는 긴 시간 속에 고질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책을 펴내는 과정 속에서 많은 문제점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소통과 공감이 오해를 사라지게 한 것이다. 책에는 이런 가족들의 마음이 곳곳에 서술돼 있다.

“아무리 젊고 잘난 연인들이라고 해도 같이 오래오래 나이 들며 살아온 두 노인이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모습만큼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함께 늙어가는 노인에게는 사랑뿐만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경, 의리와 애틋함, 연민과 동정심이 있습니다.”

가족으로 세상을 품겠다는 출간 의도에 따라 판매로 얻은 책의 수익금은 큰 슬픔에 젖어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김태욱 지음. 아이패밀리 펴냄. 2만원.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