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좀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만든 ‘로봇’. 인간 대신 집안 일을 대신해주고, 때로는 위험한 일도 척척 해낸다. 그런데 이 로봇이 우리 인간을 배신한다면? 로봇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상상이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들도 많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침입자들 : 로봇의 역습’도 인간과 충돌하는 로봇을 소재로 했다. 주인공 마이크와 그의 가족은 과학자 앨드리지의 실험 모델하우스에 이사를 온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가족에게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침입 사건이 발생한다. 마이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앨드리지의 소개로 최첨단 로봇 경비원 델을 집에 들인다. 그런데 실험 초기 단계인 델의 오작동으로 마이크 가족이 침입자로 인식되고, 델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로봇이 스스로 인간을 배신하는 영화 중 대표작으로 ‘아이로봇’이 있다. 이미 10년전 개봉한 영화로 윌 스미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로봇의 배경은 미래인 2035년이다. 인간은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다양한 생활의 편의를 제공받으며 살아간다. 2035년의 세상에서 로봇은 인간의 동반자로 그려진다. 인간 삶의 모든 부분을 도와주는 로봇에게는 3가지 원칙이 입력돼 있다.
로봇 3원칙은 △법칙 1 :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선 안 되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 된다 △법칙 2 : 법칙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법칙 3 : 법칙 1, 2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한다 이다.
로봇은 계속 진화해 더 높은 지능과 기능을 보유한 최신 ‘NS-5’ 출시를 하루 앞둔 날, NS-5 창시자인 래닝 박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시카고 경찰 델 스프너(윌 스미스)는 자살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사건을 조사한다.
로봇 심리학자의 도움으로 로봇 ‘써니’를 조사하기 시작한 스프너는 로봇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확신한다. 하지만 래닝 박사 죽음은 자살로 종결되고, 은밀하게 사건을 추적하던 스프너는 로봇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
끈질긴 추적 끝에 발견한 범인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대형컴퓨터 ‘비키’였다. 컴퓨터가 스스로 발전해서, 인간의 안전을 우선시 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인간을 가두려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스스로 진화해서 인간을 배신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가능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정확히는 로봇 스스로의 의지로 인한 배신보다는 로봇에 제공한 인공지능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서 인간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을 키우려고 한다. 하지만 이 능력이 잘못 쓰이면 인간에게 해로운 쪽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이런 단계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새겨둘 만하다. 우리는 인간이 편의를 위해 개발한 기술이 거꾸로 인간에게 해를 미치는 경우를 수 없이 겪어 왔다. 로봇 분야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경계를 끊임없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