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55>가짜로 진짜를 만들 수 있는가?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55>가짜로 진짜를 만들 수 있는가?

스타트업 투자와 멘토링을 시작한 초기에 만난 팀 이야기다. 창업한 지 2년쯤 되었는데 외주 개발로 인터넷 쇼핑몰 베타서비스를 했다. 고객의 반응이 뜨거워 조만간 정식서비스를 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자본투자를 요청했다. 사이트를 보니 여타 인터넷쇼핑몰과 비슷하고 디자인도 예뻤다. 상품도 다양하게 등록돼 있고 리뷰도 몇 개씩 달려 있었다.

겉보기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쇼핑몰 같았는데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외진 산골에 백년 묵은 여우가 만들어 겉으로는 번듯한데 무언가 묘한 불일치를 느끼는 집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사실 상품은 진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고 리뷰 역시 고객이 올린 것이 아니었다. 활발히 활동하는 사이트처럼 보이기 위해 운영자가 가짜로 구성한 것이었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맞았다.

창업자로부터 나중에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이트를 오픈해 수개월이 지나도 방문자, 회원등록이 아주 적었다. 회원조차 재방문은 없었다. 처음에는 디자인이 예쁘지 않아서 그런가 해서, 많은 돈을 들여 사이트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단장했다. 그래도 활성화되지 않자 시스템 기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외주 개발로 더 많은 기능을 추가했다. 그 다음에는 사이트가 너무 허전해서 그런가 하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상품 이미지나 상품 정보와 리뷰나 게시판의 글도 가짜로 채웠다고 한다. 이런저런 노력을 다했는데도 여전히 사이트는 활성화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는 동안 창업자금을 다 소진했을 뿐 아니라 상당한 규모로 쌓인 부채가 진짜 걱정이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설계도(비즈니스모델)가 불완전한데 너무 많이 나가버렸다. 고객의 문제점과 해결책(가치)을 확인하고 길을 떠나야 하는데 성급하게 출발했다. 작더라도 진짜 상품을 등록하고, 진짜 구매와 리뷰가 축적되며 고객의 진짜 반응을 봐야 하는데 가짜들이 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렸다. 고객은 어리석고 잘 속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짜는 귀신같이 알고 한 번은 속지만 두 번 속지 않는다.

서비스에서 마중물은 필요하지만, 가짜를 가지고는 진짜를 만들 수 없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