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업 지원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부처 이름만 떼어놓고 보면 한 부처의 정책으로 비칠 정도다. 사업 대상 영역이 다르다고는 하나 큰 틀에서 보면 같은 정책이다.
창조경제를 앞세운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창업은 가장 주목받는 정책 키워드다. 지난해 5월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시작으로 벤처산업 규제 개선 방안,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 스톡옵션 과세제도 개선안,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종합대책 성격의 정책 발표가 올 초까지 숨가쁘게 이어졌다.
부처들이 모두 머리를 맞댄 결과다. 투자와 자금, 규제, 인력, 스톡옵션 등 어느 한 부처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나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요즘 기존에 수립한 정책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중기청은 때 아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미래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중기청 정책과 너무 닮아서다. 특히 두 부처의 창업 정책이 중복된다는 외부 시각이 많아지면서 중기청은 부쩍 민감해졌다.
사전에 미래부와 협의하고 협업해서 내놓은 정책이라고 해명하지만, 공허하다. 상급기관인 미래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미래부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창조경제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창조경제 핵심인 창업 정책을 빼고 갈 수 없다는 점도 이해는 된다. 그럼에도 미래부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중기청 정책과 판박이여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사업의 효율성이다. 비슷한 정책이라면 보다 정책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부처에 밀어주는 것이 맞다.
비슷한 사업을 하기 위해 각기 다른 부처에서 행정력을 중복 투입하는 것은 국가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 협업이라는 포장으로 이미 있는 사업을 늘려 추진하기보다 이왕 필요하다면 새로운 창의적인 정책을 구상해 지원하는 것이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사업성과도 낼 수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