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에만 인색한 대기업 리콜

현대자동차가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서 에어백 조립 결함을 이유로 투산 자동차 14만대 리콜을 결정했다. 리콜은 제품 결함을 발견하면 소비자에게 알려 교환 또는 수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에 제도화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사례가 드물다.

많은 기업들은 이로 인한 손실과 이미지 추락을 걱정해 웬만하면 결함을 숨기려 한다. 내부 징계를 피하려는 은폐로 경영자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감시도, 조치도 느슨하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결함 자체보다 여론 눈치를 보고 리콜 결정을 내리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러니 기업들이 외국에서와 알리 국내 리콜에 소극적이다.

제품 결함은 언제든지 나온다.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이를 알고도 쉬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고의다.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징벌을 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 주 GM의 늑장 리콜에 3500만달러(약 35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좋은 사례다.

기업들이 국내에서만 인색한 리콜에 소비자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가뜩이나 자동차, 스마트폰을 외국보다 비싸게 산다고 불만이다. 국내 소비자를 깡그리 무시한다는 반감을 부추길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각각 카메라와 전원버튼 결함을 이유로 갤럭시S5와 아이폰5의 교환과 무상 수리를 결정했다. 일종의 리콜이다. 그런데 삼성은 문제가 밖에서 불거진 후에, 애플은 그 전에 결정했다. 삼성은 구매자가 직접 결함을 확인해야 조치한다. 국내 판매 제품에 이 결함이 있는지 여부를 만져보기 전까지 소비자는 알 수 없다. 아이폰 구매자는 애플 사이트에 제품 일련번호만 입력해도 여부를 안다. 리콜에 대한 양국 대표 기술기업 인식 차이가 극명하다.

국내 기업들이 모르는 게 있다. 소비자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 리콜을 하면 그 회사까지 깎아내렸다. 지금은 오히려 더 신뢰한다. 자발적이면 더욱 그렇다. 이 변화를 기업들이 읽지 못하면 미국처럼 강제적 리콜과 징벌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기업 스스로 신뢰를 더 높일 기회는 영영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