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청와대가 보도에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주장을 전면부인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정권 편향적 보도 논란에 휩싸인 KBS는 청와대 보도 개입 폭로가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양상이다. KBS 양대 노조는 길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으로 사장 출근 저지, 파업 등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길 사장은 지난 17일 방영된 KBS 뉴스9에서 김 전 국장이 주장한 청와대 보도 개입설에 “일방적 주장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19일 진행하는 ‘사원과의 대화’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KBS가 자사 뉴스로 내부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KBS 뉴스9는 “이번 사태에 관해 청와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방영된 KBS 뉴스라인은 최근 사퇴한 김 전 국장이 KBS 기자협회 총회에서 재임 시절 청와대로부터 수시로 외압을 받은 사실을 폭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 보도 관련 요구를 했으며, 길 사장은 특정 뉴스를 빼거나 축소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지난 9일 사퇴한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며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했다”며 “거역하면 자신(길 사장)도 살아남을 수 없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전했다.
KBS 새노조는 이날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박근혜 정부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새노조가 15~17일 조합원 1224명을 대상으로 길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율 90.2%에 불신임 의견은 97.9%(1081표), 신임 의견은 2.1%(23표)로 집계됐다. 새노조는 오는 21~23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술직군을 중심으로 약 2500명 가량이 소속된 KBS노동조합(제1노조)은 같은 날 길 사장 자택 앞에서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9일부터 사장 출근 저지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미 제작거부를 결의한 KBS 기자협회는 1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KBS 보도국장들은 지난 16일 길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 및 보도 중립성 보장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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