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장의 경영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제개혁연대가 내놓은 논평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사장은 2000년 5월 벤처 붐과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인터넷사업 부문에 뛰어든 바 있다”며 “당시 e삼성과 시큐아이닷컴 최대주주로서 인터넷 기업 14개를 실질적으로 총괄했으나 1년 후 벤처 거품이 꺼지고 삼성그룹 인터넷 사업은 급격히 부실화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 승계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과거 이 부회장이 추진했던 프로젝트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논할 때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비운의 아이콘’이다. 당시 e삼성의 실패를 바라보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은 온전히 이 부회장에게 쏠렸다.
이 부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을 삼성 계열사가 끌어안는 모양새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한국에서 실패한 닷컴을 살리는 방법은 재벌인 아버지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이후 2008년 초유의 삼성 특검을 야기한 이른바 ‘e삼성 사건’으로 비화했다. 이 부회장은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개인으로서도, 차기 삼성 그룹 리더로서도 오점을 남겼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 합작사 S-LCD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또는 삼성 주요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나선 것은 처음이었기에 주목받았다. S-LCD는 출범 2년 뒤 흑자를 기록하며 이 부회장의 성과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결국 10년도 못가 정리됐다.
삼성 특검 사태 당시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부회장은 2009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복귀, 전무에서 부사장·사장·부회장으로 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전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보폭을 넓혀갔다.
지난 2009년 삼성전자·삼성전기 합작사로 출범한 삼성LED가 그 중 하나다. 당시 이 부회장이 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 만들어냈다는 평이 많았다. 그는 지난 2010년 삼성LED 기흥 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LED는 출범 1년 뒤인 2010년 영업이익 2543억원을 기록한 뒤 이듬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삼성LED는 설립 3년만인 지난 2012년 삼성전자로 다시 합병돼 사업부 체제로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삼성 그룹이 추진하던 5대 신성장동력 전략이 폐기되면서 LED 사업은 ‘계륵’이 됐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업들은 출발 당시 ‘치적’으로 비쳐지곤 했으나 얼마 못가 이런 저런 이유로 슬그머니 ‘폐업’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변화를 주도하며 스마트폰 시장 1위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갤럭시S5 카메라 불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그런 이 부회장이기에 중국 시안 프로젝트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시안을 통해 e삼성에서 시작된 실패의 경험을 털어낼 기회와 삼성의 차세대 리더로서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마주했다. 그룹 차원의 기획·홍보와 계열사 밀어주기 식이 아닌 본인 스스로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