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된 이야기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한 솔루션 기업 A 사장이 인쇄업을 하는 친구를 만났답니다.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화제가 자연스럽게 기업 경영으로 흘렀습니다.
A 사장이 ‘정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산업 지원 정책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푸념했습니다. 맞장구를 예상한 A 사장은 친구의 “배부른 소리”라는 한 마디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IT 분야는 정부에서 관심이라도 갖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인쇄업은 꿈조차 못 꾸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인쇄업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하루아침에도 없어지는 기업이 부지기수입니다. 그야말로 경쟁력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무서운 정글세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IT·SW 분야도 정부 도움 없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때’라는 거룩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지원정책이라도 기업 환경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최근 전자신문이 시리즈(실종된 SW산업 육성정책)로도 지적했지만 정부 SW육성정책과 현장의 온도차는 여전합니다. SW산업을 육성한다면서 되레 시장을 망치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그룹웨어 가운데 레퍼런스가 가장 많은 것은 무엇일까요. 정부 업무처리 전산화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이라고 합니다. 행정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정부가 한 일은 SW를 직접 만들어 뿌린 일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그룹웨어 기업은 손가락만 빨고 있습니다. 정부가 SW 보급확산 등을 내걸고 한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저가 경쟁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했습니다.
SW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정부가 앞장서서 생태계를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독이 되서는 안 됩니다. SW산업을 살리려면 정부부터 SW가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예산을 줄이려고 직접 만들어 보급하는 일은 산업을 망가뜨리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