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발생 34일째인 19일 TV 생중계로 직접 사과했다.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사고 과정에서 타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졌던 의로운 희생자를 거명할 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국가안전과 재난대응시스템 전반의 혁신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구조·구난에 실패한 해양경찰청의 해체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데 실패한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조직 축소 의지도 밝혀 상당 폭의 정부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논란을 빚은 공직사회의 폐쇄성과 무사안일을 혁파하기 위해 개방성과 전문성으로 개혁하기로 했다. 안전감독·인허가 규제·조달업무 등과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의 공무원 임명 배제와 고시제도를 궁극적으로는 폐지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12년간 표류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도 일사분란하고 견고한 공조체제를 위해 조기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새로운 정부로 거듭나겠다는 대통령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대적 인적쇄신과 아울러 참사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안 마련을 제시함으로써 국정운영을 다시 정상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이제부터 추진할 작업에 달렸다. 일부 부처의 해체와 조직 축소에 따른 관료사회와 이익단체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이 같은 반발은 개혁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새로 설립할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소통 의지와 추진력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으로 야당과 국민 반발을 스스로 초래했다. 소통 부재는 세월호 참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피해자 가족과 국민 상처를 더 키웠다. 이번과 같은 사과와 개혁 의지가 진작 나왔다면 지금처럼 국론을 혼란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다양한 요구를 포괄적으로 수용한 만큼 개각과 조직개편, 관료사회 개혁, 진상조사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달라졌음을 보여줘야 한다. 추락한 정부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정부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의지를 인사부터 보여야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맞은 최대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날 첫 단추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