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CE부문 임직원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IM부문만 챙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앞두고 대외적으로 만남을 가졌던 인물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관련 회사 CEO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출신 한 임원은 “지난 보아오포럼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대신 의료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DS부문 관계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며 “의료기기 사업이 CE부문 산하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IM부문 제품들과 연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되면 ‘삼성=스마트폰’ 공식이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성과를 크게 중요시하는 그의 성향과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을 보면 스마트폰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공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IM부문 영업이익은 6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8조4800억원임을 감안하면, IM부문이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IM부문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66% 수준이었다.
문제는 IM부문에 치우친 이재용 부회장의 의사결정이 회사 전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초기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실패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쳐 준 사업이 TV와 반도체였다. TV와 반도체 사업에서 꾸준한 이익을 내 준 덕분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빠른 속도로 추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삼성전자 상황은 반도체·디스플레이뿐 아니라 모든 영역이 스마트폰 사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둔화되면 DS부문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DSI 등 전자 계열사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 한 원로 인사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언제 어떤 시대에나 통용되는 금언”이라며 “잘 하는 사업(스마트폰)은 안 보이게 격려하고, 어려운 사업(TV 등 기타사업)을 맡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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