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배심의 이날 정식 기소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혐의가 제기돼 왔던 중국의 기밀정보 절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중국에 대해 강력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으로 당분간 미국과 중국 간 사이버 냉전이 장기화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과거 핵무기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세계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사이버 스파이 행위로 미국 경제에 발생하는 비용이 매년 최대 1200억달러(약 123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新 냉전시대’ 개막
외교가는 이 같은 ‘사이버 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과거 냉전 체제를 지탱했던 미국과 구 소련의 균형추가 핵무기였듯이 ‘G2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의 균형은 가상공간에서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2월 미국 CNN 취재진은 중국 상하이 한 건물을 취재하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CNN의 취재 대상은 ‘사이버 범죄’의 흔적이었다. 취재진은 이 건물에서 미국 주요기관을 상대로 한 해킹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려 했다. 해당 건물은 인민해방군 61389 부대였다. 이를 계기로 이 부대가 상하이에 존재하는 산업 스파이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킹을 추적해온 미국 컴퓨터 보안회사 맨디언트는 비슷한 시기 60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하고 미국에 대한 해킹 141건이 해당 빌딩이나 그 인근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해킹과 보안’,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떠올라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갈등이 증폭될수록 전 세계 산업계는 국가간 보안이 새로운 진입 장벽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 경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더 이상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며 “화웨이가 미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 끼어들면서 사업을 유지할 가치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웨이는 그동안 미국에서 끊임없는 스파이 혐의에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 중앙정보국 측은 화웨이가 설비 구축에 참여한 외국통신기업과 정보를 중국 정부와 공유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화웨이는 미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미 NSA 사건이 불거진 이후 중국 등 신흥국에서는 시스코 장비 구매가 연기되기도 했다.
미중 양국 뿐 아니라 이란, 시리아,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산업 스파이들의 혐의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중국 관련 해킹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러시아 해커가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수사내용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란과 시리아 해커 연관 가능성이 있는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