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금기어](https://img.etnews.com/photonews/1405/564395_20140520160418_685_0001.jpg)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프레젠테이션 등 공식 문서에 결함, 문제 등 부정적인 단어 69가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알려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른바 금기어 논란이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최근 공개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GM은 리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감한 단어를 공식 문서에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문제(problem)는 상태(condition)나 이슈(issue) 등으로 바꾸도록 했고 결함(defect)은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는(Does not perform to design) 등으로 바꿔 썼다. 결국 금기어는 GM이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보고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리콜이 늦어진 원인을 제공했다고 한다. 문제를 키운 셈이다.
지난 16일 GM에는 결함에 대한 빠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500만달러의 사상 최대 벌금이 부과됐다. 여론은 벌금 규모가 너무 작다며 더 가혹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GM의 점화장치 결함으로 엔진이 멈추거나 에어백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최소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했다. 이 단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입에 담을 수 없는 관가의 금기어였다. 이런 단어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로 인한 폐해가 그만큼 컸다는 것과 이를 바로잡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GM의 사례처럼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가 존재하거나 특정 단어를 인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를 키우고 문제해결을 어렵게 할 뿐이다.
오히려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문제의 본질의 벗어난 ‘다른 이유’가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이번을 계기로 오래된 관료사회의 적폐가 문제라면 그 문제점을 찾아내서 인정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기어를 깼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는 이미 예견된 게 아닌가.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