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 발목 잡는 `손톱 밑 가시`

[기자수첩]스타트업 발목 잡는 `손톱 밑 가시`

바야흐로 창업 르네상스다. 창조경제 기치를 내건 정부의 창업 장려 정책으로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내부 사정은 간단치 않다. 바로 인력 문제다. 창업을 했음에도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다.

가장 큰 고민은 ‘개발자 구직난’이다. ‘기획자만 무성하고 서비스를 현실화할 개발자는 없다’는 말이다. 아이디어와 기획안은 넘쳐나지만 막상 기술을 현실로 구현할 구심점이 없다. 한 창업자의 말처럼 “개발자 문제 때문에 결국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개발자가 스타트업을 기피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전 정신이 그만큼 줄어든 탓일 수도 있고, 안정적인 근무여건을 선호하는 사회 현상일 수도 있다.

문제는 특히 우리나라의 창업 토양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정부의 유인책이다. 도전의식도 줄어들고 있는데 정부의 제도적 유인책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기능요원 제도다. 지난해 말 개정된 산업기능요원제도는 산업기능요원 대상자를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출신자로 한정시켰다. 대학 전공자가 대부분인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으로 가는 통로를 막아버린 꼴이다.

컴퓨터 공학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이 군복무 기간 동안 본인의 재능을 활용하면서 병역 의무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한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인력 수혈 숨통을 열어줬던 순기능을 없앤 조치나 다름없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에서 1인 기업이나 중소기업을 채용할 때 6개월간 급여의 반을 지원해주는 청년인턴제의 신규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중도 탈락률이 50% 이상이거나 2년 연속 정규직 전환이 없는 기업은 청년인턴제 참여에 제한을 두도록 바꿨다. 하루가 다르게 사업에 부침을 겪는 스타트업에는 가혹한 정책이다.

사업 아이디어만 둥둥 떠다니는 초기 스타트 업계가 절실히 원하는 것은 전문 개발자다. 아무리 도처에 데모데이, 창업 박람회, 스타트업 콘퍼런스가 열려도 개발자는 쉽사리 스타트업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혹시라도 제도의 작은 허점 때문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심각하게 고민해 보라는 얘기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