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 <37>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디자인 플랫폼 `캔바`

‘캔바(Canva)’는 누구나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마음에 드는 레이아웃을 가져와 다양한 사진과 그래픽을 배치하고 필요한 문구 등을 삽입해 디자인을 완성한다. 회사는 100만개 이상의 사진과 그래픽, 글자 폰트를 제공한다. 콘텐츠와 제작 툴이 결합한 서비스로 대표는 디자인 강사 출신이다. 모든 사람이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2012년 창업했다.

캔바를 통한 디자인. 필요한 디자인을 끌어와 배치하는 간단한 작업으로 디자인을 끝낸다.<사진출처:유튜브>
캔바를 통한 디자인. 필요한 디자인을 끌어와 배치하는 간단한 작업으로 디자인을 끝낸다.<사진출처:유튜브>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캔바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정신아(케이큐브벤처스 이사)=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먼저 모든 사람이 디자인할 수 있는 제작 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드래그앤드롭(drag and drop)으로 간단하게 원하는 디자인을 완성한다. 간단한 조작으로 디자인이 끝날 정도로 쉽고 직관적이다. 캔바는 다양한 사람의 콘텐츠가 모이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디자인과 사진, 폰트 등 개인 저작물을 가진 사람은 캔바를 통해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다.

-정진욱=캔바를 추천하는 이유는.

▲정신아=새로운 가치를 대중에게 여는 서비스다. 구글은 정보를 열었고 이베이는 상거래를 열었다. 캔바는 디자인 장터를 열었다. 겉에서 보면 단순히 디자인 제작 툴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저작물을 올리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수요가 있는 사람은 이 재료를 가지고 원하는 디자인을 완성한다. 전문가에게 비싼 돈을 주고 의뢰하는 디자인 문턱 낮췄다. 콘텐츠를 가진 사람은 캔바를 이용해 추가 수입을 얻는다. 자신의 저작물을 공유하고 평가받으며 다양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훌륭한 정보공유의 예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가치를 주는 서비스다.

-정진욱=캔바의 수익모델은.

▲정신아=중개 수수료다. 사용자는 1달러에 원하는 콘텐츠의 하루 사용 권리를 갖는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1달러를 내야 한다. 1달러를 받아 35%를 저작권자에게 주면 나머지는 회사 매출이다. 서비스 시작 6개월밖에 안 돼서 아직은 수익모델이 다양하지 않다. 향후에는 기간과 횟수를 확장해 콘텐츠 사용 권리를 부여하는 상품 출시가 예상된다.

-정진욱=콘텐츠 수급이 관건이다. 캔바는 어떻게 콘텐츠를 확보하나.

▲정신아=일단 자체 디자이너와 포토그래퍼로 콘텐츠를 확보한다. 현재 콘텐츠는 150만개 정도로 절대량은 이미 문제없다. 디자이너 커뮤니티 중심으로 영업도 한창이다. 기존 디자이너에게 별도 수익 외 작업 편의를 어필한다. 자신의 콘텐츠를 등록하고 협업 기능을 선택하면 다른 디자이너의 콘텐츠를 가져올 수 있다. 자신의 콘텐츠 창작에 집중하며 부가 요소는 다른 전문가 저작물로 대신한다. 콘텐츠 제작 능력이 있는 디자이너 가입이 늘고 있어 향후 콘텐츠가 늘어날 전망이다.

-정진욱=현재 회원이 33만명가량이다. 빠르게 늘지 않는 이유는.

▲정신아=캔바는 아직 서비스를 100% 오픈하지 않았다. 아직은 서비스 초기로 가치를 느끼는 소수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는 게 중요하다.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가져가며 초대받은 사람에게만 가입을 허락한다. 이렇게 모인 사람이 현재 33만명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디자인 산업에 종사하거나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다.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다. 이는 디자이너 수급에 매우 중요하다. 디자이너는 자기 콘텐츠를 아무 곳에나 올리는 것을 싫어한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용자와만 접촉을 원한다. 캔바는 초대제로 디자이너 커뮤니티에 어필했다.

-정진욱=기본적으로 디자인 수요가 있는 사람만 쓰는 서비스다. 시장이 너무 작은 건 아닌가.

▲정신아=대중과 디자이너 모두가 사용자다. 다자인과 관련 없던 대중을 끌어 오고 기존 디자이너를 흡수한다. 수요는 충분하다. 대기업은 상시적으로 디자인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나 소호상점도 포스터나 팸플릿, 초대장 제작 등 수요가 만만치 않다. 개인 역시 결혼식·돌잔치 등 디자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전까지는 이 모든 수요를 지역적으로 무수히 많은 대행사가 감당해왔다.

캔바는 모든 사람의 디자인 기본 툴이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로 말하면 구글닥스다. MS오피스가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지만 구글닥스를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몇 가지 핵심 기능으로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디자인을 위한 기본 툴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적 한계도 뛰어 넘는다. 지역에 얽매이는 오프라인 대행사와는 다른 시장이 열린다.

▲정진욱=디자이너 입장에선 캔바로 수요가 몰리면 기존 고객이 이탈한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캔바에 콘텐츠를 올릴까.

-정신아=캔바는 기존 디자이너 밥그릇을 파괴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마케팅이 안 되면 고객을 얻기 힘들다. 포털 광고 상단을 차지하기 힘든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캔바는 새로운 기회다.

-정진욱=국내에서도 캔바 같은 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정신아=국내 시장은 작다.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 캔바와 직접 경쟁할 수도 있지만 승산 있다. 대만처럼 한국 디자이너가 통하는 시장이 있다. 사용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쉬운 방법으로 전달하면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진욱=글로벌 진출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캔바는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알렸나.

▲정신아=애플의 전설적 마케터 가이 가와사키를 통해 서비스를 알렸다. 유명 트위터리안을 내부에 두고 바이럴 마케팅도 꾸준히 전개했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선 서비스의 진정성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디자인 분야 전문가를 통해 제품의 우수성을 부각시킨다. 마케팅이 중요하지만 먼저 제품이 우수해야 한다. 별로인 제품을 마케팅으로 알려도 소비자는 결국 떠난다. 한번 나쁜 경험을 갖고 떠난 소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기본인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첫 걸음이다.

-정진욱=캔바 같은 서비스를 기획하는 국내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

▲정신아=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시도인 만큼 성공하면 모든 디자인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도약한다. 위기는 기존 디자이너와 대행사가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침입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시장을 만들며 무명 디자이너를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걸 잘 설득해야 한다. 서비스 측면에서 본다면 사용자보다는 공급자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시작부터 디자인 콘텐츠가 충분해야 한다. 디자이너 섭외 인력이 많아야 한다.

-정진욱=캔바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의향은.

▲정신아=우수한 개발자는 기본이다. 서비스 품질이 캔바 정도는 돼야 한다. 디자인 경험이 충분하고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글로벌에 대해 고민한 팀이라면 70%다.

-정진욱=캔바가 시사하는 점은.

▲정신아=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느낀다면 시장은 존재한다. 시장을 창출하는 접근으로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정신아 이사가 평가한 캔바

캔바 현황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 <37>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디자인 플랫폼 `캔바`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 <37>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디자인 플랫폼 `캔바`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