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해체

[프리즘]해체

미국 공항검색대 요원들은 오만불손하고 불친절하기로 악명 높다. 심지어 검색대에 알몸투시기를 도입, 한때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은 최근 5개월된 자신의 딸이 공항에서 네 차례나 몸수색을 당한 사연을 트위터에 올려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외신을 다루다 보면 이들을 조롱하는 신문 카툰을 심심찮게 본다.

하지만 해당 기관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미국민들 역시 이꼴저꼴 보기 싫으면 그냥 장거리 운전하고 말지, 이들의 적폐(?)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

복기하자. 지난 2001년 9월 11일. 그날 새벽 플라스틱 칼과 권총으로 중무장한 일단의 테러범들은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을 비롯해 미국 내 3개 공항 검색대를 무사통과한다.

그 결과 테러범들에 의해 무장 해제된 석 대의 여객기는 2동의 뉴욕 WTC빌딩과 앨링턴 국방부 청사로 돌진, 폭발했다.

이런 공항검색대는 공중분해돼야 마땅하다. 청와대식 발상대로라면 말이다. 그런데 9·11 사태 후 이들은 ‘교통안전청’(TSA)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국민에 대한 면목이 없음은커녕 더욱 강력해진 조직과 권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엄혹한 시큐리티를 자랑한다.

해양경찰이 해체된다.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은 누그러질까. 말 잘 듣는 착한 애들 다 놔두고 팬티 바람 선장부터 건진 해경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다.

그런데 뭔가 개운치 않다. 정권 차원에서야 유병언이건 뭐건, 당장 이 거대한 분노를 돌려놓을 희생양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직 구조작업 중인 기관을 놓고, 일을 아직 마무리하지도 않은 기관을 놓고 해법이랍시고 먼저 해체하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전히 국민을 수준 이하로 본다는 뜻인가. 이 정도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라면 좀 성급했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한 번도 바다 위를 제대로 활보해 보지도 못한 고시 출신 행정학 박사를 1만 해경의 수장으로 앉혀 놓는 탁상행정식 발상부터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글로벌뉴스부 차장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