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 새로움을 포기하고 익숙함을 끌어안는 나이다. 나이 쉰에 천릿길을 종주해 보겠다는 목표로 한반도를 걸어서 종단해 보겠다며 호기롭게 도전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책의 저자 박용원이다.
그는 친구들에게 한반도 도보 종주를 해보겠다고 이야기 했다가 나이 쉰에 무슨 무리한 짓이냐며 주제 파악이나 하란 소리를 듣는다. 그랬다면 2000년부터 그가 걸어온 2만1545㎞의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을 50번 넘게 왕복한 거리다. 지구 한 바퀴의 둘레가 바닷길을 제외하면 1만5000㎞ 정도이니 지구 한 바퀴 반에 해당한다. 그는 국내로도 모자라 해외 원정 도보에 도전해 일본, 중국 등을 걷는 동북아 대장정 길에 오르기도 했다.
10여 년 동안 국내외 도보여행을 통해 깨달은 용기와 즐거움, 때로는 당혹감을 느꼈던 과정이 켜켜이 책에 담겨 있다. 10년 넘게 치명적인 매력을 잃지 않은 도보여행을 그는 이렇게 정의한다. “길을 따라 한없이 걸으며 자아를 찾기 위해 스스로 시련에 빠져 보는 고난의 여행이고 삶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긴 사색에 젖어보는 외로운 여행이다”라고.
도보여행은 분명 건강을 위한 운동이다. 그러면서도 빠른 속도에 익숙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주변의 소중함과 삶의 본질, 자신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며 길 위에서 만나는 이들과 소통하는 매력은 오직 도보여행만이 가질 수 있다.
도보여행에도 장르가 있다.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닌 반나절 도보, 릴레이 도보, 울트라 도보 등 다양한 장르가 도보여행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도보여행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입문서이면서 실질적인 도보여행의 경험담으로 생생한 정보도 담은 특별한 도보여행 추천도서이다. 화창한 봄을 맞이해 운동화 끈을 조이고 가족, 연인, 동료들과 도보여행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용원 지음. 책숲 펴냄. 8200원.
제공:유페이퍼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