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상상을 빚는 3D 프린팅

소비자가 생산·제작까지 할 수 있는 획기적 방법론

[ET단상]상상을 빚는 3D 프린팅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은 기계 발명과 기술 혁신에서 시작됐다. 세계로 확산된 산업혁명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힘들여 직접 물건을 만들어 쓰기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균일하게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창작이나 제조활동은 기업 영역으로, 소비는 개인 영역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이 분리되기 시작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화제를 낳고 있는 신기술이 소비자를 다시 창작과 제조활동에 눈 돌리게 하고 있다. 바로 ‘3D 프린팅’이다.

3D 프린팅이란 어떠한 물체의 형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설계하거나 기존 제품의 형상을 3D 스캐너로 추출해 이 설계도면을 3D 프린터로 출력, 입체 형상을 얻는 것이다. 즉 제품이 만들어지는 기술이다.

이 새로운 기술은 초고속인터넷 등 다른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우리 생활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그동안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기성품에 만족하지 못하던 소비자가 본인의 아이디어와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직접 만들고 사용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셀프 제작을 즐기는 사람들이 온라인 또는 공용 제작공간에 모여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의 탄생도 예고된다.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의 확산이다.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와이어드’의 편집장이었던 크리스 앤더슨은 ‘제조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Production)’라고 표현했다. 이전에는 완성품으로 만들어진 실물 재화만이 경제적 가치로서 의미를 지녔다면, 3D 프린팅 시대에는 개인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담긴 3D 설계도면, 디자인과 콘텐츠 등의 ‘창조적 지식물’도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가상재화’ 또한 부가가치 창출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정부가 3D프린팅 산업의 육성에 주목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창조적 지식물’의 생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SW)의 역할이다. 3D 프린팅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개인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3D 콘텐츠로 생성할 수 있는 3D 모델링 SW와 기존 3D 콘텐츠를 편집·응용해 나만의 콘텐츠로 쉽게 변형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응용SW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3D콘텐츠는 클라우드 환경 및 유통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온라인 거래가 가능해짐으로써 새로운 일자리와 고부가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3D 프린팅은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나고 있어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적 수준도 선도국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3D 프린팅 산업의 육성을 위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또 전문 인력 양성, 창업지원과 그 기반이 될 법·제도 개선 등 종합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산업적인 측면을 넘어 3D 프린팅 기술의 본질을 생각할 때, 3D 프린팅의 진정한 주체는 정부나 대기업보다 무한한 꿈을 꾸는 개인일 듯싶다. 내가 직접 만든 캐릭터 모형으로 나만의 장식장을 꾸미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액세서리를 만들어 소중한 연인에게 선물해보자. 나아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깜작 놀랄 만한 혁신제품의 개발에도 도전해보자. 그리고 이를 토대로 전 국민의 무한 상상과 무한 도전이 지속돼 대한민국의 수많은 꿈들이 멋지게 성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parksy@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