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인터넷 시대 언제쯤 열리나···KT·CJ는 ‘가속도’ SKB·LGU는 ‘상황 봐서’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0일 ‘기가토피아’를 선언하고 기가인터넷(100Mbps보다 10배 빠른 속도) 투자를 가시화하면서 기가인터넷 전국망 시대가 언제 열릴지 주목된다. 유선통신 전국망을 보유한 KT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중 점유율이 가장 높은 CJ헬로비전은 기가인터넷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다른 SO는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여전히 수익성이 검증돼야 기가망 투자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지난해 중순 기가인터넷 시험망을 구축한 뒤 별도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연내 기가인터넷을 상용화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고 시범사업 수준에서만 서비스를 유지할 계획이다. CJ헬로비전·티브로드 등 MSO의 소규모 확대 계획을 제외하면 기가인터넷 전국망 시대가 열리기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100Mbps 광케이블 통신만으로도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무리가 없다”며 “수요가 일어나는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KT는 다음달부터 동시 동영상 전송기술(eMBMS)을 적용한 ‘올레파워라이브’ 서비스를 서울 시청광장, 강남역 등에서 시작한 뒤 내년 하반기까지 서울 주요 지하철에 적용할 계획이다.

CJ헬로비전은 지난 2011년 기가인터넷을 상용화하면서 가장 빨리 움직였다. 서울 은평구·양천구 신축 아파트 단지는 물론이고 경기 의정부·부천, 대구·경북·부산 지역 신축 단지 위주로 기가망을 보급하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기가 인터넷망은 인프라를 새로 깔아야 하는 만큼 신축 단지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가인터넷 투자 왜 미루나

KT와 CJ헬로비전이 기가인터넷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경쟁사들이 투자 시점 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유선 송전선로를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KT와 달리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새로 관로 공사를 하거나 KT·한국전력의 관로를 임대해서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KT에 비해 투자 부담이 크다. MSO 역시 지역 규제로 묶여 특정 지역 내에만 구축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KT가 오는 2017년까지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로서는 쉽게 감행하기 힘든 결정이다. SK브로드밴드의 지난 1분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전분기 대비 3.3% 줄어드는 등 초고속인터넷 수익이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올해 전체 설비 투자 계획은 지난해와 유사한 약 5700억~5800억원”이라며 추가 투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LG유플러스는 무선망의 음성롱텀에벌루션(VoLTE)과 더불어 여러 주파수를 활용하는 멀티 캐리어어그리게이션(CA)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콘텐츠 이용대가, 인터넷 요금 종량제부터 풀어야

기가인터넷 투자를 망설이는 업체들은 우선 포털이나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한 망 사용대가 부과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유선통신업체 관계자는 “기가인터넷망을 구축해서 결국 수혜를 보는건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CP나 개인간전송(P2P) 업체들”이라며 “ARPU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이익 없이 망을 구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사용료를 현실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위 1~2%를 차지하는 헤비유저들에게 과금을 더 하거나 HD 이상 초고화질(UHD) 영상 등을 전송하는데 대해서는 망 사용 대가를 차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을 마련했지만 CP에 대한 과금이나 종량제 등에 대해서는 논의를 미뤄 놓은 상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