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이야기]짜디짠 부품업체 CEO, 종교에만 관대

○…부품업체들의 ‘노키아 향수’

창원에 있는 부품업체 사이에는 “노키아는 망했어도 노키아 협력사는 망하지 않았다”는 말이 늘 회자된답니다. 협력사 사랑이 남달랐던 노키아는 창원 지역 협력사에도 남다른 존재였죠.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보다도 더 챙겨주고 보듬어 주었던 게 노키아였죠. 아마도 창원 지역은 유럽 시장 못지않게 ‘노키아 향수’가 만연할 것입니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삼성전자 협력사는 이달 들어 시름 섞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부품업체 사장은 물량이 매주 급격히 떨어진다며 ‘거래 절벽’ 현상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삼성이 어떤 설명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만 했다는 것입니다. 거래야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으니 협력사도 충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협력사라고 한다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이죠.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협력사가 아니라 노예일 뿐입니다. 머나먼 날, 과연 삼성은 협력사에 ‘삼성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짜디짠 부품업체 CEO, 종교에만 관대

소재부품 업계 CEO 중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많습니다. 사업에 지친 CEO들이 종교로 힐링할 수 있다면 좋죠. 그러나 종교에 지나치게 심취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죠. A 업체 사장은 회사 임직원들에게는 소태처럼 짠 인물입니다. 경쟁사에 비해 급여도 적고 보너스도 별로 없죠. 그러나 종교 단체에 기부하는 금액은 막대합니다.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B업체 회장은 중요한 투자 결정이 있을 땐 며칠 동안 기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투자 결정과 관련해 하나님의 계시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는 금언이 괜히 생긴 게 아닌가 봅니다.

○…사장 방의 크기와 직원과의 거리는 반비례?

글로벌 반도체 기업 C사는 CEO 사무실을 ‘코너 오피스’라고 부릅니다. 건물 끝 코너에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사무실을 찾아가면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직원들도 같이 쓰는 사무실 끝에 직원들과 똑같은 크기의 책상이 바로 CEO의 ‘코너 오피스’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옆 자리 비서와도 책상 크기가 똑같았지요. 파티션에 CEO의 명패가 걸려있지 않았다면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CEO의 사무실 크기는 작았지만 그만큼 커진 게 있죠.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직원들은 CEO와 대화하는 데 전혀 거리낌을 갖지 않습니다. 그런 문화가 C사를 매출 수십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만드는 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요. CEO가 누릴 것을 조금만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더 크다는 사실. 새겨볼 만합니다.

○…삼성 계열사, ‘통합보다는 분리가 좋아요’

삼성 그룹의 3세 경영 구도가 가시화되면서 계열사 추가 개편에 관심이 높습니다. 3세 경영자들의 지분 정리 등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할 기존 삼성 계열사의 분할 내지 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죠. 삼성 매출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가 사람들도 역시 삼성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삼성 계열사의 통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소재부품 시장 정보나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전문 조사기관입니다. 삼성 계열사가 A, B, C사로 나뉘어있으면 잠재 고객이 세 곳인데 하나로 합쳐지면 고객 또한 한 곳으로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래저래 삼성 그룹의 미래 구도는 초미의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설계 인력 포기는 미래를 포기하는 것.

대기업들은 대개 언론을 상대하는 홍보팀이 따로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중소 팹리스 업체도 별도 홍보팀을 두고 있었는데요. 시장 침체로 업체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대부분이 해체되거나 다른 부서로 업무가 넘어갔습니다. 인력도 뿔뿔이 흩어졌고요.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올해도 실적이 부진하면 연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예정이라는 업체가 많은데요. 더는 줄일 부서가 없어 설계 인력들을 내보낼 작정까지 하고 있다네요. 하지만 팹리스 핵심이 설계인만큼 외려 회사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팹리스 대표님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조금만 버텨보죠.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