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한국 전자업체들은 우리 국민의 자랑이다. 하지만 글로벌 소비자에게만 지나치게 친절하고, 국내 소비자는 봉으로 아는 것 아닌가 의심되는 정황이 종종 포착된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국내외 제품 가격 차이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비슷한 상황이 최근 또 벌어졌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22일 배포한 ‘노트북PC 가격 국내외 비교’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대기업 울트라북 가격이 외국에 비해 최대 20%까지 비싸게 팔린다고 지적했다. 과거 정부까지 앞장선 국산 장려에 동참해 자국 기업을 키웠던 국내 소비자들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유독 자국에서 비싸게 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생활연구원은 높은 제품 성능과 서비스 수준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판매·유통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는 비용, 서비스 수준 차이, 소비 관련 세율, 시장경쟁 상태 등 구조적인 요인도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제기도 잊지 않았다. 소비생활연구원은 “추가 구성품이나 AS 등으로 인해 가격이 올라간다고 하지만 타당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요인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무조건 고사양 제품을 생산하면서 제품과 가격의 공동 상향평준화를 이루고 있다”며 “다양한 소비자의 사용 특성에 맞춘 제품 생산으로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과 가격 형성대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외국 전자업체가 발붙이기 어려운 시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전자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국내 시장에서도 굳건히 시장을 수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다양한 선택권을 희생당하면서도 외국기업과 싸워 승전보를 울리는 우리 기업을 자랑으로 여겼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우리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각 국가에 맞는 마케팅 전략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자국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최소한의 배려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