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58>스타트업에 투자란 무엇인가?(2)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58>스타트업에 투자란 무엇인가?(2)

스타트업에 ‘투자’란? 첫째 투자는 구걸이 아니다. 둘째 투자는 권리도 아니다. 셋째 투자는 필수가 아니라 옵션이다.

제품만 완성해 보여주면 투자를 받아 그 돈으로 다음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돈이 고갈되면 투자를 받아 회사를 유지 하려고 기대한다. 사업의 기본은 “제품을 판매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투자금으로 급여를 주거나,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는 것은 덤으로 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탁월한 창업자의 예외적인 사례를 일반화해 자신에게 적용하지 말기 바란다.

마케팅으로 제품을 팔아 돈을 벌고, 조직을 가볍게 해 비용을 줄이는 일을 우선하지 않으면서 투자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투자 받을 때까지 부채로 버티는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창업가들도 본다.

투자 제안서를 보내고 미팅하고 투자자들의 질문과 자료 요청에 성실하게 응대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본업이 아니다. 투자는 없어도 괜찮고(사실은 괜찮지는 않고 힘들고 어렵지만) 있으면 속도가 더 빨라지는 자동차의 연료첨가제라고 생각하라. 연료첨가제만 넣어서 달리는 자동차는 없다.

넷째 투자는 빚이다. 투자 역시 이자를 붙여서 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돈이다. 예외도 있지만 이론적으로 자본투자는 부채가 아니다. 갚을 법적인 의무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다른 채권자들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갚아야 하는 빚으로 여겨야 한다. 투자자는 채권자보다 창업자를 더 신뢰해서 부채라는 안전장치를 포기한 거다.

투자하고 싶은 회사는 돈이 필요 없고,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투자하기 겁이 나는 아이러니한 속성을 가진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명제가 사업 여러 분야에도 적용된다. ‘망하면 절대로 안되는 사업가는 더 잘 망하고, 더 크게 망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투자를 받으려고 몸부림치면 투자 성사가 더 어렵다.

투자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은 고객에게 가치있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거나 투자 심사역의 기대에 맞추는 사업을 했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고 후회한다.

돈이 있으면 뭐든 가능할 것 같은가? 신기루다. 돈이 아니라 고객이 있으면 뭐든 가능하다. 돈도 따라온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