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망 구축 공사를 맡은 도급업체가 부도위기에 처하면서 영세 하도급업체 10여곳이 연쇄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도급업체가 원청업체로 받을 돈을 금융권이 먼저 변제해 가면서 하도급업체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도급업체가 채권양도 방식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이를 갚지 못하면 원청업체는 공사 대금을 금융권에 줄 수밖에 없는 제도적 허점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정보통신공사 업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약 100억원 규모 LG유플러스 통합LTE광중계기 구축 사업을 맡은 테라텔레콤이 해당 프로젝트 채권(LG유플러스로부터 받을 망구축 비용)을 포함한 빚을 우리저축은행에 채권양도로 넘겼다.
이 때문에 테라텔레콤과 계약한 중소 공사업체 10여곳이 망 구축 비용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 업체들이 받아야 할 돈은 총 50억원 규모다. 테라텔레콤이 채권양도 형태로 자금을 융통했다 이를 갚지 못하자 하도급공사업체에 지불될 비용을 우리저축은행이 우선 변제하게 된 셈이다.
비용을 받지 못한 하도급업체들은 이달 초까지 미정산 금액 중 19억원을 LG유플러스가 직접 지불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 때문에 LG유플러스가 직접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결제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중소업체에 직접 대금을 결재해줄 방법을 모색했지만 현행 제도와 법상으로는 은행 동의 없이 직접 지불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테라텔레콤은 이미 지난해 직원 대부분을 내보내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중소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일부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이미 테라텔레콤에 지불된 비용 중 하도급업체 몫인 약 31억원을 포기하고 나머지 금액만 은행이 아니라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불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하도급업체에 직접 비용을 지불할 경우 우리저축은행과 이중으로 비용이 나가거나 우리저축은행에 비용을 지급하지 못해 소송이 걸린다”며 “손실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지불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지급된 금액도 조만간 은행으로 넘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미 법원으로부터 남은 금액을 지급하라는 추심결정문이 도착한 상태”라며 “은행과 채권관계가 해결된다면 공사계약업체인 테라텔레콤 채무 순위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통신사 망공사는 통상 원청(통신사)-도급-하도급-재하도급 구조로 진행된다. 원청과 재하도급 업체들이 비용을 들여 망을 구축·개통한 후 통신사가 후정산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가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되다보니 중간에 말썽이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도급업체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양도 채권을 공사 대금 결제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하도급업체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원청업체가 금융권이 아닌 하도급업체에 직접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직접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방안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금융사가 양도채권을 남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양도채권으로 딴짓을 하는 도급업체도 크게 줄어들고, 금융권의 양도채권 관리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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