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의 시간제 근무라도….” 최근 유명 시중 A은행이 시간제 근로자 모집 공고를 냈더니 전직 증권사 임직원이 대거 몰리는 형국이 벌어졌다. A은행 인사 담당자는 서류를 면밀히 살펴 본 결과, 이들이 얼마 전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 몇몇 증권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이면 증권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한 누적 퇴직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1년 말까지 매년 임직원 수가 증가했으나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2년부터 전체 종사자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2월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241명으로 2011년 말보다 3814명 줄었다.
이어 지난 1월 10일 희망퇴직 신청을 완료한 동양증권 650명을 시작으로 4월 퇴직자 접수를 시작한 삼성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이 각각 270명과 150명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은 이달 중 각각 300명과 150명 수준의 구조조정을 시행 중이다.
이들 증권사 현황만 합산해도 올 상반기 1200~1500명의 추가 퇴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 전체 임직원 수는 2008년 중반 이후 6년 만에 3만명대로 내려앉게 된다.
2012년 말 증권사 임직원 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20명이 더 늘어나 4만4055명을 찍었다. 이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2009년 4만1326명이던 종사자가 3년 연속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 기간 가장 큰 폭의 임직원 수 감소가 이뤄진 곳 중 하나는 동양증권이다.
동양증권은 2011년 말 3000명이던 임직원 수가 2014년 3월 기준 1700명으로 축소돼 1300명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말 2426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개월 동안에만 719명이 빠져 나갔다.
문제는 ‘전직 증권맨’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지만 시황이 좋지 않아 고급 인력이 갈 데가 없다는 점이다. 보유한 능력이나 경력을 낮춰서라도 일자리를 찾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A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증권사 중 한 곳이 우리가 채용하려던 요건에 해당되는 사람이 많아 지원자가 몰렸다”며 “은행 창구 업무는 같은 금융기관으로서 증권 업종과 유사한 측면이 많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사한 경력을 가진 고급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은행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실제로 최근 많은 은행이 시간제 근로자 공고에 ‘금융권 종사자 우대’를 내걸기도 했다.
고연봉 화이트 칼라의 대표주자였던 증권맨들은 씁쓸하다. 증시 투자 열기가 예전 같지 않고 퇴직 증권맨이 줄을 잇는 상황에 1인 투자 자문사 설립이나 소규모 자문사로의 이직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인력을 방문판매(ODS) 조직으로 발령내는 등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증시 불황으로 인력 축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고육지책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각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비용절감으로 인한 단기 수익성 향상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조직문화나 인력 이탈로 회사의 장기 성장에는 독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표] 증권사 임직원 수 변화 추이 (단위: 명)
(자료: 금융투자협회·전자신문 취합)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