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웍스 품은 LG그룹, 시스템반도체 기술 확보 속도 낸다

LG그룹이 소재·부품 수직 계열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최근 LG전자가 자체 설계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스마트폰에 적용한 데 이어 시스템반도체 기업 실리콘웍스까지 인수했다. LG그룹이 과거 시스템반도체 기술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주)LG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거쳐 실리콘웍스의 최대주주인 코멧네트워크사가 보유한 지분 16.52%와 LG디스플레이가 가진 지분 2.89% 등을 각각 매입하기로 했다.

주당 2만6600원(23일 종가 기준)에 실리콘웍스 지분 20%를 취득하는 것으로 인수 금액은 865억원에 달한다. LG는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거쳐 실리콘웍스를 계열사로 편입한다.

실리콘웍스는 스마트폰·태블릿PC·TV용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설계 전문 기업이다. 실리콘웍스는 애플 아이패드에 DDI를 공급할 정도로 나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국내 팹리스 업체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회사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용 IC, 자동차용 센서 IC, 터치 IC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LG그룹이 실리콘웍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후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들어 LG그룹이 LG전자·LG이노텍·LG화학에 이르는 전기차 소재·부품 수직 계열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과거 LG반도체 시절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 포진한 시스템반도체 전문가 중 상당수가 LG반도체 출신이다. 실리콘웍스의 한대근 사장 역시 LG반도체 출신이다. LG그룹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실리콘웍스에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한다면 자동차 반도체 국산화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LG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일각에서는 실리콘웍스를 인수한 LG그룹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동부하이텍 인수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LG그룹이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면 설계-생산-수요로 이어지는 시스템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시스템반도체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LG그룹이 후속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전기차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어 자동차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이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