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캐스트가 출시 열흘만에 1만대 넘게 팔리며 심상찮은 초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반 TV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OTT 시장 개화 촉진제가 되리란 기대와 국내 시장 잠식 우려가 교차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크롬캐스트 국내 판매량은 1만5000대에 달한다. G마켓에선 14일 판매 시작 후 6000개 가까이 팔렸다. 14~15일 온라인 선판매에서만 3200여개가 팔리며 전체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올랐다. G마켓은 “주문 폭주로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공지까지 띄웠다.
롯데하이마트와 옥션, 구글플레이 등 다른 채널을 더하면 판매량은 훌쩍 뛴다. 소셜네트워크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구매기와 사용기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가격이 4만9900원으로 저렴하고 설치가 간편한데다, 언론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구매자가 몰렸다.
크롬캐스트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국내 OTT 영상 서비스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해외에선 저가 셋톱박스나 동글을 활용한 영상 스트리밍이 인기지만 국내에선 뚜렷한 성공작이 없었다.
에브리온TV가 3월 내놓은 USB 동글형 OTT 기기 ‘에브리온TV 캐스트’ 판매는 1000대 수준이었다. 2012년 ‘다음TV플러스’도 초기 물량 2만대 소화에 어려움을 겪다 교육 등 B2B 영업으로 전환했다.
유료방송 시장이 저가 상품 중심으로 짜여진 상황에서 가격이나 편의성에서 사용자를 만족시킬 제품이 드물었다는 평가다. 크롬캐스트는 이런 틈새를 파고들었다. 자녀에게 유튜브를 많이 보여주는 젊은 부모가 관심을 가질만하다는 평가다.
스마트폰에 이어 TV까지 구글 입김이 커지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CJ헬로비전과 KT, 다음TV와 웰게이트 등 동글형 스트리밍 기기 출시를 준비하던 국내 대기업 및 벤처 기업도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롬캐스트가 OTT 기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PC나 스마트폰 내부 미디어를 실행해 미러링하거나 기기 간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적 기능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크롬캐스트로서는 얼리어댑터 계층을 넘어 사용자층 확대와 지상파 방송 등 콘텐츠 확대가 숙제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크롬캐스트는 단기 이슈에 머물지 않고 계속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입소문을 타고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