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 오는 30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조직 갈등 봉합에 나선다. 하지만 전산교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갈등이 여전해 금융당국의 제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외부 인사 출신 경영진 간 세력 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 KB금융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고위관료 출신이고 이건호 KB국민은행장도 관변 연구소인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25일 국민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 이사회는 30일 다시 감사위원회와 임시이사회 회의를 열고 주전산시스템 교체 갈등과 관련한 해결책 모색에 나선다. 이사회가 당초 27일에서 30일로 연기됨에 따라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한 아웃소싱업체 선정 재입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1일까지 업체 선정 입찰을 마감했으나 SK C&C만 단독입찰해 유찰됐다. 국민은행은 재입찰을 진행해 입찰 마감이 끝나고 5일 후인 28일까지 신청을 받고 29일 오후 3시에 재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재입찰에도 시스템통합업체의 입찰 참여를 끌어내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감독당국이 검사에 착수한 만큼 입찰 참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30일 열릴 임시이사회가 이번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내홍이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검사로 번지는 등 사태가 확산되면서 다음 임시이사회에서 의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 행장과 사외이사 간의 갈등이 해소되더라도 검사와 제재 등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20여명의 검사인력을 투입했으며, 검사 과정에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최고경영진 사이의 의사결정 등 각종 내부통제 부실 정황이 포착돼 검사 기간을 6월 초까지 늘렸다. 이는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에 따른 의사결정 검사지만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갈등에 따른 KB금융의 도덕적 해이와 연이은 금융사고 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년 전에도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갈등구조가 이번에도 재연됐다는 건 상당히 심각한 경영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