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 재송신료 요구 부당하다

한국방송공사(KBS)와 문화방송(MBC)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MBC는 9월 열릴 인천 아시안게임 재송신 대가까지 요구했다.

콘텐츠를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보편적 시청권’으로 규정된 월드컵 방송 콘텐츠로 수익 사업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료방송사업자는 지상파 3사에 이미 올해 분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280원을 지불했다. 지상파 콘텐츠를 자사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대가다. 그런데 지상파는 월드컵 콘텐츠를 볼모로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유료방송사업자가 이 요구에 응해 월드컵 재송신료를 내면 피해는 오롯이 시청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유료방송사업자가 서비스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매월 공영방송에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로선 월드컵을 보려고 한 번 더 돈을 지불하는 셈이다. 국민 돈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 다시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격이다.

방송법 제76조 3 제1항은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중계방송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월드컵은 국민 전체가구 수 가운데 90%가 시청할 방송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직접 수신율이 한자리 수까지 떨어진 지상파가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하려면 유료방송사업자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월호 애도 분위기가 지속돼 광고 시장이 위축됐다. 지상파방송사만 해도 지난 한 달새 최소 1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방송 콘텐츠로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이해한다. 그런데 정권 편향적 보도와 오보 의혹이 제기된 두 방송사에 광고를 꺼리는 광고주도 있다고 한다. 스스로 판 무덤이다.

지상파가 유료방송사로부터 재송신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면 스포츠 이벤트 재송신 대가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받은 상황이다. 추가 요구는 과도하다. 공영방송사라기보다 유료방송사나 할 법한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