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만성 대사질환인 동맥경화나 고지혈증으로 오진될 수 있는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을 혈액 한 방울로 쉽고 빠르게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분자인식연구센터 최만호 박사와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원장 지훈상) 유은경 교수 공동 연구팀은 혈액 한 방울로 식물성 스테롤 대사이상 질환을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죽상동맥경화로부터 차별화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동물성 콜레스테롤과 달리 식물성 스테롤은 우리 몸에 거의 흡수되지 않고 배설된다. 하지만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 질환 환자는 식물성 스테롤이 배설되지 않고 체내에 흡수된다. 문제는 두 스테롤 구조가 매우 유사해 혈액 내 총콜레스테롤 측정기술로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이나 죽상동맥경화로 오진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환자에게 고콜레스테롤 환자와 같은 치료를 실시하면 약물의 약효가 없고, 식물성 스테롤 식이요법으로 인해 몸 속 스테롤 수치가 증가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문제는 식물성 스테롤 판별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다양한 형태로 체내에 존재하는 스테롤을 구분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스테롤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분석기술이 있어야 하고, 스테롤 대사과정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소수 그룹만 명확히 질병을 진단할 수 있었고, 혈액을 미국에 보내 결과를 받는 데 약 8개월이 걸렸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식물성 스테롤과 콜레스테롤의 개별 농도를 분석한 결과, 정상인에 비해 대표적인 식물성 스테롤인 시토스테롤, 캄페스테롤, 스티그마스테롤 비율이 10~20배 이상 현저히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병원으로부터 운송된 혈액이 묻어있는 진단지로부터 화합물을 추출하거나 정제하고, 질량분석법을 통해 개별 농도를 분석하는데 24시간이 걸렸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임상진단에 적용하려면 병원에서 정상인의 스테롤 기준 값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후속 연구를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만호 KIST 박사는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은 그동안 진단이 어려워 희귀 질환으로 인식된 면이 크다”면서 “빠르고 정확한 방법으로 혈액 내 스테롤 농도를 측정하면 더 많은 환자 파악이 가능하고, 이에 맞는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출원을 완료했고, 국내 최초로 진단한 임상환자 증례는 임상내분비학 분야 세계적 저널 ‘임상내분비대사학지(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Metabolism)’ 5월호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