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포럼]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과학기술계 역할

[창조경제포럼]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과학기술계 역할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도심 지하철 추돌, 대형 복합몰 화재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혼란에 빠진 일본도 이 과정을 겪어왔는데 사회 각 분야의 적극적 자기반성과 혁신활동이 많은 반향을 얻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통합을 이뤄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도 정치에만 이 일을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활발한 자기혁신과 타 분야와의 통합적 연대 활동, 그리고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옆으로 위로 향한 개혁의 흐름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변화의 요구만큼 커져야 할 것이다.

사회 각 분야는 이번 사고를 통한 반성과 교훈을 나누고 개선과 혁신이 자율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국가적 대개혁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내재하도록 하는 지름길이다.

과학기술계도 현대에 일어나는 대형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고의 원인에서부터 방재와 구조에 이르기까지 관련성이 매우 깊다. 하지만 관행처럼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안전 불감증이나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에 대한 분노와 함께 우리를 가장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다 밑 1만m까지 탐색이 가능한 첨단기술 시대에 왜 30m 아래 침몰한 배에서 희생자들을 구출할 수 있는 기술은 개발하지 않았던가 하는 한탄이었다.

그동안 우리 시대 과학기술의 목적이 연구개발에만 치중돼 있어 인류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 개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린 것은 아닐까.

재난 사고 발생과 수습 과정은 과학적인 상황 분석과 예후 예측으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구난과정에 과학 전문가의 적극 참여도 필수다. 전문가 개인의 독단적 판단으로 더 큰 혼란을 주기보다는 과학기술 관련 학회나 학술원 등 전문가 집단의 집단지성이 전문적인 역할을 적극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과 조직의 확고한 윤리 기준은 기본이다.

과학기술 연구성과가 사회안전 분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계와 그 기술을 사용할 군, 경찰, 소방서 등 방재와 구조·구난을 담당하는 정부기관과의 밀접한 연결도 필요하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재해는 피할 수 없지만 인간의 조기 개입이 큰 차이를 만든다”며 재난·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보다 효과적인 재난 방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재난 유형에 따른 분야별 연구기관들은 재난 예측을 위한 슈퍼컴퓨터나 빅데이터 등 기존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어떤 재난의 형태라도 그에 관련한 연구자가 있도록 연구과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정책 요구도 필요하다.

긴 안목으로 보면 과학기술을 통한 사회 안전성 확보는 산업기술 연구에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 기술의 발달에서 시작된다.

잠재적 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는 다양한 현대 과학기술을 좀 더 안전하고 위험확률이 낮은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기초연구부터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형 재난의 잠재적 확률을 낮출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나 핵융합과 같은 미래 에너지원의 개발, 황사나 미세먼지에 의한 재난 방지를 위해 사막화 지역 최적화 식물 개발 등의 기초과학 연구는 미래의 재난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성에 대한 인식도 연구의 중요한 한 부분이 돼야 한다.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과학기술 능력에 대한 과신보다 위험성을 내다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는 겸손함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 kwonm@nf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