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세 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000년 야후코리아를 추격하던 포털 업계 2위 네이버와 손잡고 1위로 만들었던 그가 이번에는 공교롭게 네이버 뒤를 잇는 다음과 손잡았다. NHN과 카카오로 두 차례 국내 인터넷 시장을 석권했던 김 의장의 선택이 이번에도 다음-카카오 연합을 왕좌에 올릴지 인터넷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1998년 게임포털 ‘한게임’으로 창업한 후 잘 나가던 한게임과 2위 포털 업체인 네이버를 합병해 NHN을 탄생시켰다. 김 의장은 이해진 의장과 3년 5개월간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NHN을 업계 최고 반열에 올렸다.
‘신의 한수’라 불리는 이 합병으로 네이버는 당시 포털 검색 시장 1위인 다음과 프리챌 등 잘나가던 기업들을 물리치고 왕좌를 차지한다. 한게임의 캐시카우를 발판으로 네이버는 검색에 사업을 집중하면서 사업을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
김 의장의 두번째 승부수는 카카오다. 김범수 의장은 2007년 NHN을 떠나기 전 미국에서 새로운 사업 구상에 전념하다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한다. 아이위랩은 블로그나 웹사이트에서 좋은 콘텐츠를 모아 스크랩하고 관심사가 같은 친구와 공유하는 ‘부루닷컴’과 집단 지성 기반의 소셜 차트 서비스 ‘위지아닷컴’을 선보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때 아이폰을 시작으로 모바일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국내서도 2009년 뒤늦게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때 카카오는 3년간 전력해 오던 웹 기반 서비스를 포기하고 모바일로 완전히 사업 방향을 전환한다. 김 의장의 승부수는 통했고 카카오톡은 2010년 출시 이후 폭발적 성장을 거듭했다. 이후 스마트시대 대표 서비스이자 우리 사회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메시지에서 출발해 게임과 상거래, 마케팅까지 모바일 생활의 모든 것을 함께 하는 모바일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세 번째 승부의 칼끝은 이제 과거 이해진 의장과 공동으로 이끌었던 네이버를 겨눈다. 최근 네이버의 전방위적 압박은 김 의장을 다음-카카오 연합에 승부수를 띄우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최근 카카오가 선점한 모바일 시장에서 라인과 밴드까지 가세해 공세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 다음 역시 잃어버린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카카오가 필요했다. 어려울 때마다 승부수를 던져 시장을 흔들었던 김 의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에도 통할지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