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민관 협력이 관건

정부가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과 관련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산업계가 요구한 파격적인 조치를 대부분 포함했다.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저장시설 등록 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지금까지 정유사가 저장시설로 등록하려면 내수판매량 60일분과 생산계획량 45일분 중 많은 양의 저장시설을 갖춰야 했다. 이를 내수판매량 기준으로 40일분으로 완화해 정유업자가 상업용 저장용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보세구역 내 혼합(블렌딩)과 품질보정행위 등 모든 부가가치 활용도 전면 허용했다. 그동안 정제업자 이외에 금지했던 규제다. 석유 트레이더에게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별 석유품질기준 차이를 활용한 추가 수익 창출도 가능해졌다. 한마디로 다른 오일허브 지역과 동등한 수준의 활동을 보장했다.

파격 조치에도 불구하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세계 3대 오일허브라는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전폭적인 지원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 3대 오일허브는 미국 걸프만, 유럽 ARA, 싱가포르다. 우리는 울산과 여수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오일 트레이드와 저장시스템을 구축해 2020년을 기점으로 싱가포르를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적 지명도, 이미지와 브랜드, 사업 노하우 등에 비춰 볼 때 다소 욕심이다. 그렇다고 아주 황당한 계획도 아니다. 후발주자지만 싱가포르보다 지리적으로 유리하며 세계가 인정하는 석유 정제·가공·저장 능력이 있다.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계의 절대적인 지원이다. 당장 4억배럴의 물동량 탱크 터미널을 확보하려면 최소 2조원의 민간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규제 완화 조치는 기업을 독려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오일허브 비전은 또 다른 공수표 정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는 기업이 의구심을 떨치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더 세심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도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버리고 방관자가 아닌 주도자로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