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이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자사 제조라인을 본국으로 철수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상은 가전 제조라인이다. 이유는 엔화 약세다.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재무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프리젠테이션에서 타카미 카즈노리 파나소닉 사장이 한 말을 인용, 전자레인지와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 라인의 일본 복귀가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파나소닉 대변인은 “최종 철수 여부는 ‘환율’에 달렸다”고 공식 확인했다.
파나소닉의 이른바 ‘일본 회귀’(the Back of Japan)는 국내 경기 부양을 기조로 하는 아베노믹스와도 궤를 같이 해 일본 정부로부터 큰 지지와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엔화의 약세는 일본 기업들의 본국 송환시 관련 자산을 보다 좋은 조건의 환율로 들여오는 효과가 있어, 유·무형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미즈노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엔화의 가치가 지난 2012년말 대비 20%가량 하락한 덕에 일본이 얻은 수익은 전체 일본 제조업체들의 지난 1분기 영업익의 30%에 해당할 정도다.
하지만 약해진 엔화는 수입에는 치명적이다. 파나소닉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자국내에서 거두고 있다. 반면 소니는 28.8%, 도요타는 25%가 일본발 매출이어서,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이 본국 철수에 회의적 반응이다.
스즈키 모터의 스즈키 오사무 CEO는 “이미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많은 설비투자를 해놓은 상태”라며 “아무리 엔화가 약세라 해도 갑자기 이를 거둬 들일 순 없다. 계속 해외생산을 늘리는 게 장기적으로는 맞다”고 말했다.
일본 복귀를 꺼리는 또다른 이유는 ‘회귀 트라우마’다. 10년전 지금과 같은 엔화 약세가 지속될 때 자동차·전자 등 많은 업체들이 앞다퉈 국내에 설비투자를 늘렸으나, 불과 그후 몇년새 돌아선 강세 현상으로 고전을 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일본 회귀 현상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FT의 전망이다.
한편,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작년말부터 살아나기 시작해 지난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