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행장 이건호)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스마트금융 3.0 전략’이 표류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민병덕 전임 행장 시절인 2012년 8월, 이 전략에 따라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브랜치 1호점을 서울 여의도 소재 국제금융센터빌딩(IFC)에 오픈했다.
스마트브랜치는 100여 가지 종이서류 업무를 없애고 첨단 스마트기기를 도입해 상담과 영업에 적용하는 것으로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국민은행은 설명했다.
1호점은 면적만 337㎡(102평)로 월 수천만 원의 임대료에 최첨단 장비를 갖춰 국민은행의 스마트금융을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IFC 입주기업과 여의도 고연봉자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새 영업채널을 구축하겠다는 세부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스마트브랜치는 1호점 이후 추가 점포를 개설하지 못하고 행장이 바뀌면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에는 서울과 수도권에 지점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1호점 역시 지난 2년여간 수신 약 1000억원, 여신 200억원 등 목표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국민은행 1000여개 일반 점포 실적과 비교하면 중간 수준으로 당초 제시한 목표에 비해 크게 옹색한 결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스마트브랜치 사업은 거의 접은 상황”이라며 “IFC 입주기업도 당초 예상보다 턱 없이 부족해 개인고객은 물론이고 기업고객 유입에도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스해설: 힘겨루기 조직문화에 미래사업 줄줄이 ‘수포’로
국민은행의 미래전략사업인 ‘스마트금융’이 용두사미가 된 데에는 특유의 조직문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고경영자가 바뀔 때마다 과거에 추진했던 수십 개 사업 프로젝트가 폐기처분되고, 전혀 연관성 없는 사업이 갑자기 최우선 과제로 나타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전문성 제고는 고사하고 경영진 교체 때마다 줄서기가 횡행한다. 집안싸움에 갇혀 미래 성장동력 챙기기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스마트브랜치 이외에 국민은행이 쌍두마차로 계획했던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 ‘KB파이낸스몰’ 사업이다. 지점에 ‘몰(Mall·쇼핑상점)’ 개념을 도입해 온라인 금융 백화점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KB금융 계열사의 모든 상품을 온라인상에 진열, 판매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KB국민은행은 여기에 PB컨설팅 서비스까지 연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도 경영진이 바뀐 후 전면 백지화됐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과 투자도 상당하다. 전담 임원이 ‘전임 행장’ 라인에 속했다며 수장이 바뀌면서 물갈이 됐기 때문이다. 해당 임원은 보직 없는 조사역으로 좌천됐다.
인력 운용은 경영진의 몫이지만, 사업 프로젝트 막판에 총괄 인력을 물갈이하고 사업을 뒤엎는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스마트금융 전략도 최근 발생한 전산교체 내분 사태처럼 경영진간 분란과 수시로 바뀌는 정책기조로 사장될 위기에 놓여있다”며 “국민은행의 스마트금융 관련 인력의 전문성은 시장에서 정평이 날 정도로 우수하지만 경영진의 활용 능력이 부족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표]KB국민은행 스마트브랜치 1호점 현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