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밴쿠버, 제2의 실리콘밸리로 급부상

캐나다 밴쿠버 시내 한복판에는 현재 두 개의 초현대식 오피스 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완공 예정인 이 건물의 한 동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링 허브센터가 전체를 다 쓰기로 돼 있다. 또 다른 빌딩에는 아마존벤쿠버와 페이스북, 세일즈포스닷컴 등이 입주한다. 수십개의 미국 스타트업들도 이 건물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손쉬운 취업비자 발급과 값싼 임금 등을 이유로 미국내 주요 IT업체들의 이른바 `밴쿠버 러시`가 줄잇고 있다. 사진은 아마존밴쿠버 직원들 모습.
손쉬운 취업비자 발급과 값싼 임금 등을 이유로 미국내 주요 IT업체들의 이른바 `밴쿠버 러시`가 줄잇고 있다. 사진은 아마존밴쿠버 직원들 모습.

밴쿠버가 제2의 실리콘밸리로 각광받고 있다. 새로운 테크 허브로 자리잡은 이유로는 시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미국 대비 10~15% 저렴한 임금, 미 본토와의 접근성 등이 꼽히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취업 비자’다.

미 이민당국이 프로그래머나 IT개발자 등 고급 기술직을 상대로 발급하는 취업비자(H-1B)는 한 해 8만5000명으로 제한돼 있다.

반면, 올해 미국내 기업들이 신청한 취업비자 건수는 17만2500건. 비자 신청자 중 절반 이상은 발급이 원천 불가하다는 얘기다.

우수 엔지니어를 데려와 각종 개발과 프로젝트에 신속히 착수해야 하는 미 IT업계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안이 시급했던 셈이다.

카렌 존스 MS 법무담당은 “우리가 할당받은 내년도 취업비자 건수는 총 750건이나, 신청 건수는 이보다 배는 많다”며 “기존 밴쿠버 사무실을 확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개소한 MS밴쿠버에는 300명가량이 근무 중이나, 그 수가 연내 배 이상 늘 전망이다. 비디오게임 개발이 주력이었던 MS밴쿠버는 올해부터 모바일과 클라우드 사업에 주력하면서 전 세계에서 400명의 개발자를 신규 채용한다.

아마존도 최근 1000명이 근무 가능한 15만6000평방 피트(약 4400평) 규모의 사무실을 밴쿠버 시내에 임차했다.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과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세일즈포스 역시 밴쿠버 개스타운에 1만7500평방 피트 넓이의 사무실을 마련, 운영인력을 이전시켰다. 트위터는 밴쿠버에서 일할 직원들에 대한 면접을 완료했고, 페이스북은 미국 취업비자가 나올 때까지 대기 상태에 있는 150명의 신규 엔지니어 인력에 대한 교육센터로 밴쿠버를 활용 중이다.

캐나다 정부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취업비자 발급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다. 특히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엔지니어와 그 가족들을 위해 이른바 ‘사회적응 프로젝트’(Practicing Citizenship)’를 제공, 기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