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CT노믹스`와 `기가토피아`가 성공하려면

[기자수첩] `ICT노믹스`와 `기가토피아`가 성공하려면

“바꾸겠다.”

황창규 KT 회장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이달 들어 연달아 내놓은 메시지다. 황 회장은 취임 100일을 즈음해, 하 사장은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기존 소모적인 통신 시장 경쟁구도를 품질과 상품 위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기가토피아’와 ‘ICT노믹스’라는 새로운 기술과 경제 패러다임도 제시했다.

시장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의 수장이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내용을 밝힌 것은 이동통신 시장이 피할 수 없는 변혁기를 맞고 있다는 방증이다. 적어도 높은 보조금을 투입해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소모적 경쟁 시대’의 종말이 멀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정점에 선 통신사업자에 늘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가 바로 ‘변신’이다. 이미 통신업계는 수년 전부터 앞에서는 “품질과 서비스, 상품 위주로 가입자를 유치하겠다”고 말해왔다. 선언과는 다르게 뒤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불법, 편법 영업을 해온 것이 진짜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상대 사업자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이 빠지지 않았다.

이율배반적인 행동은 결국 통신사에 대한 국민 신뢰 하락과 정부의 규제를 불러왔다. 소비자가 밤을 지새우며 ‘번개 휴대폰 할인 이벤트’를 찾아야 그마나 손해를 보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됐다. 사업정지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같은 강제력을 동원해야 그나마 시장이 진정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통신사도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비용은 늘어나고 성과는 점점 작아졌다. 맹수가 쫓아오는데 절벽을 향해 대안 없이 달리는 형국이었다.

오는 10월이면 단통법으로 시장 전체 규칙이 바뀐다. 법 테두리를 넘어서는 사업자 에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통신사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기업을 성장 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더 이상 돈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소모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CEO들이 고심 끝에 제시한 ‘기가토피아’와 ‘ICT노믹스’가 허언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당장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진짜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