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리 취하는 원도급자 사라진다···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기준 마련

정보통신공사를 진행할 때 원도급자의 터무니없는 폭리를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된다. 원도급자는 발주자로부터 1차로 사업을 수주하는 업체로 이들이 중간 이윤을 많이 남기면 시공 품질이 낮아져 결국 발주자와 하도급업체에 피해가 돌아간다.

2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공사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이 오는 8월 29일 시행된다. 개정된 정보통신공사업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설된 ‘하도급 계약의 적정성 심사(제31조의 6)’ 항목이다.

법안은 ‘특정 경우에 발주자가 하수급인(하도급자)의 시공능력과 하도급계약 내용의 적정성을 심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정 경우란 공사 규모와 전문성을 고려할 때 하도급자 시공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때, 하도급계약 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미만일 때다.

하도급계약 금액의 적정 비율은 향후 마련될 시행령과 고시에서 확정된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82% 수준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령 발주사가 원도급자에 100원짜리 공사를 맡겼는데 이를 82원 이하로 하도급자에게 넘기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부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된 많은 정보통신공사의 원가를 분석해 적정 비율을 규정할 것”이라며 “정보통신공사가 건설 공사와 같이 진행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건설과 비교해 지나치게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종합적인 판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주자는 심사 결과 하도급업체 시공 능력이나 하도급계약 내용이 적정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수급인(원도급자)에게 하도급업체나 하도급계약 내용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만일 원도급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요청을 따르지 않아 공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하도급 계약의 적정성 심사가 법안으로 마련된 이유는 과도한 저가 하도급으로 인한 시장 건전성 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원도급자가 지나치게 많은 마진을 남기면 하도급업체 고통은 가중된다. 하도급업체가 적절한 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면 공사가 부실해져 결국 발주처까지 피해를 본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런 법안이 없더라도 시장 자율적으로 건전한 하도급 계약이 이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원도급자가 자기 이익만 챙기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공사 품질이 떨어져 결국은 다른 사업 수주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은 하도급 계약의 적정성 심사 외에도 공사업 육성을 위한 연구기관 지정·관리,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논란이 돼 왔던 회생절차 진행 기업의 행정처분 유예 조항도 담았다. 면허 유지를 위한 최소 자본금 미달 업체라도 재도전 기회를 주기 위해 영업정지를 유예해주는 게 목적이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 신설된 ‘하도급 계약의 적정성 심사’ 주요 내용

폭리 취하는 원도급자 사라진다···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기준 마련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