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십 퇴색하는 실리콘밸리

구글 등 실리콘밸리 IT기업의 ‘여성 리더십’이 퇴색하고 있다.

CNN은 구글이 발표한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구글 직원 중 여성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CNN은 “여성은 세계 인구의 반”이라며 “컴퓨터과학에 여성 참여를 늘리고 구글에 근무하는 여성 임직원들이 리더 위치로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기술 분야가 아닌 자리에는 여성의 비율이 48%나 되지만 엔지니어 중에서는 여성이 17% 밖에 되지 않는다.

조직의 핵심 역량인 엔지니어 중에서 여성이 드물다보니 고위 임원 중 여성 비율도 낮다. 이 회사에서 부문장 이상 최고위급 임원 12명 중 여성은 유튜브 부문장인 수전 보이치키 한 명밖에 없다. 등기이사 10명 중 다이앤 그린, 앤 매서, 셜리 틸먼 등 3명이 여성이지만 모두 사외이사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그린과 틸먼은 이공계 출신이며 매서는 회계사다.

구글 고위층에 여성이 이처럼 부족한 것은 주목받던 여성 임원들이 다른 회사로 옮긴 탓도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마리사 마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인 예다. 로라 디디오 기술컨설팅기업 ITIC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미국 일자리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앞장서야 하는 상징적인 역할이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 뿐 아니라 인텔, 이베이, 델, 시스코 등의 기업도 여성 임직원이 드물다. 시스코와 인텔의 경우 여성 임직원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델은 여성 비율이 31%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중 가장 여성 비율이 높은 회사로는 잉그램 마이크로와 이베이가 꼽히며 이들 기업은 40%대 초반이다.

이처럼 여성 리더가 줄어드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인력 풀이 적기 때문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이공계 고급 인력 중 여성 비율이 높지 않고, 그나마 여성들이 생명과학 분야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산학 분야 대학 졸업생 중 여성 비율은 13% 미만이다. 이는 1984년 이 비율이 37%였던 것과 비교해도 많이 하락한 수치다.

또 실리콘밸리와 IT 업계에서 여성을 무시하는 남성중심의 문화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은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여학생들이 전산 분야에 많이 뛰어들도록 장려하는 지원 사업에 나서는 한편, 사내 여성 임직원들의 승진비율이 낮다는 점을 파악하고 승진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