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이 이제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시 한번 월드컵 신화를 노리는 한국 대표팀도 지난주 튀니지와 출정식 경기를 갖고 적응훈련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다. 지난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왼쪽 풀백으로 나선 윤석영 선수는 경기 후 이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Brazuca)’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사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jabulani)’에도 적응의 어려움을 겪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Team Geist)’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매번 공인구 적응 문제로 고생해왔다.
◇가볍고, 반발력 뛰어난 브라주카=브라주카는 브라질 공용어인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축구공이 32개의 패널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브라주카는 표면에 특수 미세 돌기가 달린 6개 패널(Panel·조각)을 이어 만들었다. 역대 공인구 중 가장 적은 수의 패널을 사용했다. 자불라니는 패널이 8개, 팀가이스트는 14개였다.
당연히 공의 특성이 달라진다. 일반인들에게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매일 공을 다루고 미세한 차이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선수에게는 공의 특성이 아주 중요하다.
지난 튀니지와의 평가전 후 윤석영 선수는 “실전에서 브라주카를 처음 사용했고 대표팀 소집 훈련에 합류한 뒤 브라주카를 처음 만져봤다”면서 “최대한 신경써서 크로스 했는데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 남은 시간 동안 공에 더 적응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돌파력 강한 팀에 유리=일본 츠쿠바대 스포츠R&D코어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브라주카를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브라주카와 자불라니, 팀가이스트, 일반공 등 5개 축구공의 특성을 분석했다. 브라주카는 초속 10~20m의 중간 속도 구간에서 다른 축구공보다 더 빠르게 날아갔다. 20m 전방에서 초속 20m로 프리킥을 찬 실험에서 브라주카는 1.18초만에 골대에 도착했다. 남아공월드컵에 사용된 자불라니의 1.33초보다 빨랐다. 반면 공격수가 강한 슈팅을 할 때 속도인 초속 30m 이상에서는 자불라니보다 조금 느리거나 비슷한 속도를 보였다.
이를 토대로 보면 패스나 크로스할 때의 속도인 10~20m에서 브라주카가 다른 공들보다 빠르다는 것으로, 돌파가 강한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주카의 속도와 궤적이 차이가 나는 것은 공에 사용된 패널의 이음새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음새 길이가 날아가는 속도와 비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브라주카는 공인구 사상 가장 적은 6개의 패널로 만들었지만, 이음새 길이는 3.32m다. 패널 8개를 사용한 자블라니 이음매 길이 1.98m보다 1.5배 정도 길다. 이 때문에 항력을 적게 받아 날아가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공이 상하좌우로 요동치는 정보는 브라주카가 자블라니보다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슛의 정확도 등이 높아진다는 뜻으로, 골키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공 특성에 적응하면 빠른 돌파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실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