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디어나 신기술을 근거로 한 민간은행의 대출에 대해서도 ‘성실실패 면책규정’이 도입된다.
정책금융기관(산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이외에 민간 은행에서도 기술기반 신용대출에 대해 내부 면책 근거가 마련되면서, 담보나 과거 실적이 아닌 향후 성장성과 기술 기반의 금융서비스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각 은행의 내부 규정에 기술기반 신용 대출의 성실실패에 대해서는 담당자의 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이 내용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개별 시중 은행에 전달되고, 오는 6월 중순 금융위가 내놓을 ‘금융권 숨은 규제 해소방안’에도 포함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담보·경영성과 등 과거실적만을 근거로 하는 대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안을 마련했다. 향후 사업성이나 지식재산(IP) 가치평가를 통한 신용 대출을 늘려 창조적 기업활동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과거 실적 위주로 진행된 은행권 대출 행태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단순히 전년도 매출액에 따라 대출한도를 설정하면서 향후 기업성장성이나 신기술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좋은 아이템을 확보하고도 은행에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사업을 펼쳐보지도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일시적 매출 하락이 나타나면 은행에서 대출금 일부의 조기상환을 요구하거나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일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일선 담당자는 혹시나 벌어질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확실한 담보나 과거 실적에 의해 대출하는 관행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실제 수익을 내야하는 민간 은행의 대출 방식을 법으로 강제하기 보다는 회사 내부 규정에 담당자 면책 근거를 담아 기술기반 대출을 확산시켜 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은행연합회에 구축중인 ‘기술정보데이터베이스(TDB)’의 활용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술 신용 대출에 대한 담당자 면책규정에다 TDB의 적절한 활용을 잘 결합할 경우 이전보다는 월등히 개선된 은행권의 기술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는 7월중 은행연합회에 마련될 TDB는 금융기관·평가기관별로 산재된 기술정보를 통합해 제공해 전문성 있는 기술평가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는 이를 활용해 정책금융기관은 물론 시중 은행들도 기술을 근거로 하는 여신 심사가 확대되고 기술신용 대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