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산업용 로봇의 최대 수요처로 부상했다. 노동 임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국과의 시장경쟁 패러다임이 단순 제조에서 첨단기술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로봇연합이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산업용 로봇을 3만6560대 구매하며 세계 1위 수요처가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팔린 산업용 로봇 다섯 대 중 한 대는 중국 기업이 샀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2만6015대로 2위였으며 미국은 2만3679대로 그 뒤를 이었다.
펄 베르가드 너세스 ABB로보틱스 대표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 시장”이라며 “수년 내 일본, 미국과도 상당한 격차를 벌리는 1위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IFR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중국 로봇시장은 연평균 36%씩 성장했다. 앞으로 성장폭은 더욱 커진다고 IFR은 내다봤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고용인구 1만명당 23대의 로봇을 운영할 정도로 산업용 로봇 사용 비율이 적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만명당 396대를 돌렸다. 현재 중국 시장 로봇수요는 60% 성장해 한국은 물론 가장 앞섰던 일본도 제쳤다. 한국은 4위다.
중국에서 로봇의 60%가 몰리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경영컨설팅업체 솔리디언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필라 다이어터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최근 상승 추세인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자동차 공장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다국적 로봇 제조사들도 중국 투자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2011년 폭스콘은 ‘백만 로봇군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향후 3년 안에 단순 조립 인력을 모두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위스의 ABB, 일본의 화낙, 독일의 쿠카 등 대표적 글로벌 로봇 기업도 중국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산업용 로봇의 생산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중국의 남은 과제다. 필라 다이어터는 “로봇 생산분야는 사실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계 로봇회사 6개사가 중국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현지 로봇기업은 상위 4개사 점유율을 다 합쳐도 5%가 채 안 된다.
일본은 중국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에도 상당한 지위를 유지해왔다. 지난 2012년 수치로 비교하면 일본은 31만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을 운영했으며 같은 기간 미국은 16만8000대, 중국은 9만6000대 수준이었다.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 수요 추이 / 자료: 국제로봇연합>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