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일 느지막이 이불 속에서 일어난 A씨. 선거 덕분에 하루 쉬는 날이지만 막상 선거하러 가기가 귀찮다. 지지 정당도 없고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으로 출마했는지도 모른다. 공약으로 결정하고 싶지만 그 많은 지방선거 후보 정책을 언제 찾아 하나하나 읽어본단 말인가. ‘인물도 공약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투표권을 행사하는 건 경솔한 선택’이란 자기합리화를 마친 A씨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 간다.
하지만 이런 이유라면 민주시민의 최대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축제인 투표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선입견 없이 오로지 공약으로만 지지 후보 결정을 돕는 서비스가 있다.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선거 당일이라도 얼마든지 올바른 후보 선택이 가능하다.
서비스는 스타트업 ‘레이니스트’가 선보인 ‘지방선거 공약 블라인드 테스트’다. 이미 지난 대선 때 한 차례 서비스를 진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용자는 레이니스트 홈페이지(www.rainist.com)에 접속해 별도 가입 없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자신의 거주지와 선거종류를 선택하면 5대 공약을 후보자 정보 없이 보여주고, 이용자가 가장 공감하는 공약을 선택하면 이후에 해당 후보자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테스트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시된 5대 공약을 바탕으로 제공되며 공약을 제출하지 않은 후보자는 테스트에 반영되지 않는다. 테스트가 끝난 후에는 결과와 함께 후보자 정보와 공약 상세 내용과 이행 방법 등을 함께 안내한다.
테스트 결과는 페이스북으로 친구와 공유할 수 있어 파급력도 상당하다. 지난 대선 때 10만명이 테스트에 참여해 그 결과가 100만명의 SNS 사용자에게 노출됐다. 테스트 결과도 놀랍다. 지난 대선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 1000명 중 266명이 평소 지지하던 후보와 공약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가 다르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명규 레이니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제까지 선거는 공약을 통해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끌어내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민이 후보자 공약을 확인하고 그것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미래 지향적인 선거라 보았고, 이런 재미있는 테스트를 통해 공약에 대해 사람들이 한 번 더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공약 공감지수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