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처럼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시장 수요를 재편한 기업들이 글로벌 ICT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하드웨어(HW) 중심이던 ICT산업이 SW 중심으로 급속히 새로 짜이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융합은 ICT가 다른 산업과 접목되면서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선박 등 스마트라는 어근을 가진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이제는 일상생활에까지 필수재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제품 이면에 있는 개발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은 보지 못하거나 간과해버리고 만다.
최근 글로벌 ICT시장의 메가트렌드는 ICT와 타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돼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CEO가 던진 “이제 자동차는 기름이 아니라 SW로 달린다”는 화두가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최근 ICT산업의 화두인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대표적인 예다. SW가 다른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견인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이 SW와의 융합 없이는 성장 한계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정부에서도 ‘임베디드SW 발전 전략’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SW 중심의 융합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산업과 SW의 융합을 등한시 해버리면 국가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SW와 타 산업 간 융합은 국가경제의 성장은 물론이고 인간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다. 타 산업에서도 그렇듯 융합산업의 성장을 위한 근간 역시 인력이다. 특히 SW가 가미되는 산업에서 개발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SW가 중심이 되는 융합시대를 열어갈 SW개발 인력은 어떻게 양성해야 할까?
첫째, 숙련단계별 개발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우리나라 SW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개발인력 부족이 아닌 숙련단계별 개발인력의 공급과 수요 불일치다. 수요에 입각해 개발인력을 양성하고 적시적소에 투입해주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접목시킬 수 있는 통섭형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최근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수준이 평준화되어 가는 지금 최대의 경쟁력은 결국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산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SW와의 융합은 ‘뭔가 다르고, 특출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적 요구다.
셋째,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무너져 있는 산업 생태계는 SW 관련 학과의 정원 축소, 전공 분야로의 취업 기피, 전직 등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우수인력 유입을 유인해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 ICT산업은 HW 중심의 불균형 성장을 지속해왔다. SW 중심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재편되고 있는 지금, SW 중심의 융합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며 이를 통해 균형 잡힌 ICT 강국으로의 도약을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창의적인 SW개발 인력 양성이 동반돼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윤동섭 임베디드SW·시스템산업협회 상근부회장 dsyoon@fki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