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범 30년을 맞은 우리 이동통신 시장은 오랜 세월만큼 양적·질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1997년 경쟁체제 도입 이후 가입자 규모 확대와 신기술 조기채택을 가속화하면서 지금 글로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통산업이 경쟁구조적 측면(경쟁상황)에서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부가 경쟁촉진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도입했으나, 향후 지속성장 토대가 될 건전한 경쟁구조를 달성하는 데 미진하다는 게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미래성장을 위해 요구되는 ‘산업 활력도’가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게 평가됐다. 실제로 1위 독점적 사업자의 지배력 고착화 수준을 나타내는 ‘독점적 고착화지수’는 우리나라가 246으로 이탈리아(19), 독일 및 일본(26), 스페인(32), 영국(41) 등과 비교해 최고 1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성장을 견인하는 데 여전히 취약한 경쟁구조라는 지적이다. 1위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가 요금인하를 저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 증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보고서가 내린 결론이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제품을 생산해 제공하는 주체다. 가치 있는 제품 생산은 혁신을 통해 가능한 것이고, 혁신기업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 이통산업 성장을 위해 혁신기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혁신은 보조금이나 시장 지배력의 비본원적 요소가 아닌, 서비스와 가격(요금) 같은 본원적 경쟁요소에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혁신기업이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경쟁정책의 핵심인 것이다.
‘학습효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데 물꼬를 튼 국내 WCDMA 도입은 2007년 3월 KT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보다 오히려 한 달가량 앞섰다. 특히 눈부신 속도혁명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준 LTE 역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 4G LTE 첫 전파 발사(2011년 7월), 세계 최초 LTE 전국망 구축(2012년 3월) 등을 주도했다.
후발사업자의 혁신은 SK텔레콤으로 하여금 당초 2013년으로 예정돼 있던 LTE 전국망 구축을 8개월 이상 앞당기게 했다.
신기술 도입뿐인가. 요금제도 LG유플러스가 LTE 무제한데이터, LTE 음성무제한, LTE 음성 및 데이터무제한 등을 선도적으로 출시하자 1·2위 업체가 유사 요금제로 따라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로써 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느끼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독점 사업자 지배력이 혁신을 주도하는 후발 사업자에 부담으로 작용해선 산업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이통시장의 고착화한 시장구도를 해소하기 위해 1위 사업자의 지배력 완화와 혁신기업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 또한 시급하다.
독점적 지배력이 본원적 경쟁요소를 무력화시키는 지금의 시장 고착화로는 지난 30년의 눈부신 성과를 다가올 30년, 미래에도 계속 이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종욱 LG유플러스 전략기획담당 상무 jwpark7@lgu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