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뜨겁게 달아올랐다면 차갑게 투표하자

[기자수첩]뜨겁게 달아올랐다면 차갑게 투표하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찾아온 불볕더위를 단비가 식혀줬다. 선거열기도 뒤늦게 달아올랐지만 그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정권 심판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정부 개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교육 분야만 따로 놓고 봐도 이번 지방선거는 초미의 관심사다. 교육계 수장을 뽑는 일인 만큼 시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만큼 중요도가 높다. 특히 올해 교육감 선거는 이른바 ‘교육 경력’이 없는 사람도 출마할 수 있는 첫 선거다. 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해 정당의 영향을 줄이는 방법으로 투표용지에 후보 게재 순서도 바꿔 올리는 방법을 썼지만, 후보의 인지도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거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유명 후보를 두고 이혼한 전처의 자녀가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개인사를 폭로하며 자신의 아버지가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후보는 경쟁 후보의 야합이라고 반박했으며, 다른 후보는 ‘패륜’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차마 교육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혼탁한 상황이 펼쳐졌다. 진실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후보 간 정책검증이나 교육관을 들어볼 기회는 사라졌다. 투표란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과정이라고 자조하지만, 이쯤 되니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근대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다섯 명의 자식을 고아원으로 보내버렸던 루소가 그렇듯이 위대한 정치가나 사상가가 늘 좋은 아버지였던 것은 아니다. 거꾸로 가족에게는 좋은 아버지였고, 이웃들에게 친절했던 아이히만은 유태인 학살의 주범이었다.

선거에서 우리가 마지막까지 충분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날선 대화가 아니라 그들이 공인으로서 걸어온 길과 공약이다. 단순히 유명하다고 해서 뽑아도 안 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많은 어른들은 그 참담함에 슬퍼했고 또 분노했다. 그리고 반성했다.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뜨거운 열정보다는 차가운 냉정으로 투표할 때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