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방문 성과로 내세운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 연구자 교류 사업에 지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일정이 미뤄지고 최소 체류 기간도 줄어드는 등 사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3월 공모한 ‘한·EU 간 연구자 교류협력(공동연구) 프로그램’ 지원자가 적어 5월 16일 재공모를 냈다고 3일 밝혔다. 3월 27일 공모 후 4월 15일부터 5월 7일까지 접수를 받았으나 지원자 수가 정원에 한참 못 미쳐 공식 집계조차 남기지 않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실제 지원서를 내는 사람보다 상담만 받는 사람이 많아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연구자는 6월부터 유럽연구이사회(ERC) 산하 492개 연구팀 중 한 곳에 파견돼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 간 공동연구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기초연구사업 과제에 참여 중인 신진·중견연구자가 대상으로 각 20명에게 1인당 최대 3000만원의 교류협력비도 책정됐다.
지원 미달 사태가 빚어진 것은 최소 체류 기간 때문이다. 모집 대상인 기초연구사업 과제 수행 연구자들은 대부분 대학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기존 강의와 연구 일정 때문에 장기 출타를 꺼린다. 해외에 나가더라도 방학이나 연구년을 이용해야 하는데 최소 체류 기간으로 제시된 3개월은 방학보다 길다.
결국 최소 체류 기간이 기존 3개월에서 신진 연구자 30일, 중견 연구자 20일로 대폭 줄었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1차 모집 과정에서 최소 체류 기간 때문에 지원 못하겠다는 민원을 많이 받아 연구자들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개시 시기도 당초 6월에서 7월로 미뤄졌다.
사업을 주관하는 연구재단 입장에서도 딜레마다. 애초 최소 체류 기간을 3개월로 설정한 건 그 정도는 머물러야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그 원칙을 지키다 보니 지원 수요가 너무 적어 난관에 봉착했다. 실효성을 확보하자니 수요가 없고, 수요를 확보하자니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 개시가 7월로 미뤄졌지만 시일도 촉박하다. 재공모 접수 기간은 5월 23일부터 6월 27일까지, 주관 기간 인증은 6월 30일까지라 접수가 끝나자마자 사업이 개시된다. 1달 가량의 심사 일정을 감안하면 실제 연구자가 해외로 나가는 시점은 8월께가 될 전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40명이 꼭 한꺼번에 나갈 필요는 없다”며 “먼저 나갈 수 있는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EU 간 연구자 교류협력 프로그램’은 지난해 11월 한·EU 정상회의 때 체결한 ‘우수연구자 교류협력 이행약정’에 따른 것이다. 발표 당시 5년 간 방문연구자가 200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