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이 수십억원대의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료 금액을 각 유료방송사업자에 제시하면서 유료방송업계가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유료방송업계는 이미 가입자당 재전송료(CPS)를 지상파 3사에 지급한 만큼 이번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월드컵 개막일이 불과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 업계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월드컵 블랙아웃(Black Out:송출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됐다.
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는 최근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위성방송, IPTV사와 잇따라 월드컵 재송신료를 협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각각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요구했다. IPTV 사업자는 3사를 합해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료가 총 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협의 테이블에서 월드컵 콘텐츠 비용을 부과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각 유료방송사업자가 보유한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금액을 월드컵 재송신료 명목으로 제시했다”면서 “일부 MSO에는 디지털 가입자는 물론이고 CPS 부과 대상이 아닌 아날로그 가입자까지 모두 합친 기준을 적용한 금액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S 협의 담당자는 “월드컵 재송신료에 관한 어떤 사실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MBC 협의 담당자는 “통화가 어렵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에 이미 가입자 1인당 280원에 달하는 CPS를 지급한 만큼 지상파의 일방적 추가적 재전송료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요구를 받아들이면 향후 지상파가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이벤트는 물론이고 국제 행사 등 대형 중계 마다 건건이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스포츠 이벤트 방송 프로그램에 별도 재전송료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왜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사가 보편적 시청권을 볼모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스스로 유료방송사임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의 갈등이 지속되면 ‘월드컵 블랙아웃’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가 재전송료 부과에 반발한 유료방송업계가 배수진을 치고 월드컵 콘텐츠 송출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업계가 연대해 공동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각 업계가 지상파의 부당한 요구라는 동일한 시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지상파가 일방적 기준으로 추가 재전송료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국민에게 모든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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