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을 위한 정부 자금 공급 규모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초기와 성장기 기업의 자금 갈증은 여전하다. 이유가 뭘까?
정부는 벤처를 위해 창투사와 매칭 방식으로 투자하고 이를 창투사에서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매칭 자금을 창투사가 운용해 만약 손실이 나면 우선 창투사가 출자한 금액부터 손실 처리하는 손실우선충당금 제도가 골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벤처 투자를 꺼리게 되는 대표적 요인이다. 더구나 매칭 방식으로 조성한 투자 펀드 존속기간이 대부분 5년이어서 5년 이내에 회수할 수 있는 벤처기업에만 투자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정부가 자금 공급을 늘려도 정작 이것이 필요한 초기와 성장기 벤처는 혜택을 받기 힘들다. 매칭 펀드조차 초기 기업 투자를 꺼리는 요인이다.
벤처캐피털의 초기 벤처기업 투자 3대 원칙은 첫째 초기 기업이지만 매출이 많은 순수한 벤처기업이다. 둘째 대기업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비록 초기지만 대기업에서 분사해 매출이 많은 기업은 투자를 선호한다. 셋째로 개인사업자였다가 법인으로 전환해 매출이 많은 기업이다.
법인 업력만 따지면 초기 기업이지만 오랫동안 사업을 해와 매출 규모가 크고 성장성이 있는 투자를 선호한다. 그래서 정부가 초기 기업에 투자하라고 자금 공급을 늘려도 정작 무늬만 초기 기업에 투자 집행이 몰린다.
초기 벤처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게 만들려면 정부가 초기와 성장기 벤처 기업 투자 자금의 존속기간을 5년보다는 10년 장기로 늘려야 한다. 벤처캐피털과 매칭 방식으로 펀드를 조성해 이들에 투자 운용을 맡기지 말고 투자 자금만으로 벤처 기업에 직접 투자되는 위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령 정부 200억원, 벤처캐피털 100억원을 매칭해 300억원을 조성하면 실제로 초기 벤처 기업에 5분의 1도 투자되지 못한다.
정부 의도는 매칭 펀드를 만들어 200억원보다 많은 300억원이 집행되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초기 벤처 기업에 50억원도 집행이 안 된다.
정부 투자금을 매칭해 조성하지 말고 기관이나 기업에 위탁해 투자 대상 기업을 발굴하되 투자심의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선정하도록 하면 된다. 투자 운용기관이 자금을 관리하면서 일시에 집행하지 않고 분기별로 현장 실사해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는 때에만 집행하는 조건으로 투자하면 투자금 유용이나 횡령을 방지할 수 있다. 투자받은 기업은 약정한 투자금을 사용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투자 운용기관은 자금을 일시에 투자하지 않아도 돼 훨씬 더 많은 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투자 받는 벤처기업 대부분은 제조업체와 같이 시설 위주 벤처기업보다는 인건비 위주의 ICT기업이어서 자금이 일시에 필요하지 않다. 매칭방식으로 300억원을 조성해 창투사에서 운용하면 실제로 50억원 정도만 초기기업에 투자돼 평균 10억원씩 5개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순수 정부투자자금 200억원만을 투자 위탁해 실태조사를 하면서 월별 또는 분기별로 나눠 집행하면 10억원씩 200개 이상 기업을 선정해 2000억원 이상의 투자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나머지 1800억원은 200억원이 소진될 쯤 조성해서 투자 집행하고 제대로 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집행을 중단하기 때문에 실제로 더 적은 자금을 조성해도 된다. 사업진행 사항을 확인하면서 투자하면 자금 유용과 횡령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은 재원으로도 수십 배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나도진 벤처플랜 대표 edwardr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