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 민의가 확연히 드러난 것은 교육감 선거 결과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모두를 질책한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만큼 보수 진영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특히 세월호처럼 침몰한 공교육을 빨리 회생시키라는 요구가 뚜렷했다. 이 요구를 젖혀둔 채 보수 진영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생뚱맞은 정치 공세다.
공교육이 사라진 자리에 사교육만 득세한다. 부모가 사교육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으면 그 학생의 진학과 진로가 사실상 막힌다. 이러한 교육 기회 불평등이 더 심화하기 전에 공교육을 정상화하라는 것이 유권자 요구다. 그렇다고 입시 과외를 없앤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우수 학생 재능을 더 키우려고 만든 특목고를 폐지나 축소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결론은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약속한대로 일반고를 키워 상향평준화하는 것이다. 예산이 많이 든다는 것이 문제다. 이 점에서 디지털교육은 좋은 대안이다.
디지털교육은 스마트기기와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활용한다. 학생 참여와 몰입도를 높여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탈피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게임까지 활용한 디지털 교육을 추진한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 교육을 정책적으로 육성한다. 하지만 단말기, 시스템과 같은 하드웨어 지원에만 골몰한다. 정작 중요한 콘텐츠 개발과 보급이 더디다. 웬만하면 직접 만들어 배포하려 하니 시간이 걸린다. 정작 학생들이 원하는 체감형 교육 내용과 거리가 멀다. 국내외 교육 업체가 잘 만든 콘텐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값싸게 이용할 방법도 있는데 외면한다. 개념 자체도 모자라지만 모험을 꺼리는 교육계 보수성이 작용한 탓이다.
진보 교육감이라면 이런 굳은 사고를 과감히 깨야 한다. 정치 지향점과 상관없이 우수한 일선 교사가 많다. 창의적 교육을 꾀하는 교사도 많다. 이들이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마당만 잘 만들어 줘도 공교육에 활력이 생긴다. 디지털교육이 곧 교육정상화는 아니지만 그 시발점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