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전자-구글, 안드로이드 주도권 쟁탈전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글로벌 IT공룡들의 미묘한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메일, 지도, 앱스토어 등 자사 플랫폼 지배력을 늘릴 수 있는 선탑재 앱을 넣으려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 진영과 이를 막으려는 구글의 주도권 쟁탈전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는 스마트폰에 이어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슈분석] 삼성전자-구글, 안드로이드 주도권 쟁탈전

◇주인없는 안드로이드, 통제 시작됐다

구글은 최근 안드로이드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전략을 폐기하고 ‘안드로이드 실버’ 인증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 실버란 제조사나 통신사의 서비스 앱이 선탑재되는 것을 제한하거나 삭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종의 인증 프로그램이다. 해당 인증을 받은 기기에서는 구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장 빠르게 적용되며 순정 상태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삼성허브’ ‘T맵’ 등 제조사와 통신사가 안드로이드 내에서 자사 UX를 내세우자 구글은 순정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레퍼런스폰으로 넥서스 시리즈를 만들어 일관된 UX를 유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시장 주도권이나 수익성 차원에서는 미미한 시도였다는게 중론이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전자 ‘갤럭시S4’와 HTC ‘원(One)’에 순정 안드로이드를 적용해 ‘구글 에디션’으로 발표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일반 스마트폰처럼 마케팅되지 않는데다 보조금도 없어 판매량이 크지 않은 탓이다.

안드로이드 실버와 함께 지난 3월 발표한 웨어러블 기기 전용 플랫폼 ‘안드로이드 웨어’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통제의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구글 나우’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구글 지도, 검색, 음성인식 등을 사용해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은 협력사로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로라 등의 제조사를 언급했다.

◇‘구글 제국’ 넘보는 제조사들 “플랫폼을 잡아라”

세계 75% 이상의 모바일 안드로이드 기기 중 대부분은 삼성전자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로컬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 중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했다. 판매량을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는 삼성의 지배력이 오히려 구글을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아마존이나 노키아같은 글로벌 IT기업을 비롯해 최근 중국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오포’ 등 중견 제조사도 안드로이드 뼈대인 ‘AOSP’를 기반으로 자체 서비스를 적용한 기기를 출시해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AOSP를 적용한 기기에 노키아 지도와 러시아 검색엔진 ‘얀덱스’를 선탑재한 스마트폰이 그 예다. ABI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AOSP 기기는 전체 안드로이드 기기의 32.1%로 집계됐다.

구글과 제조사는 현재는 협력관계지만 미래의 경쟁상대다. 실제로 구글 역시 모듈 스마트폰 ‘아라’ 등 자체 하드웨어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며 차세대 하드웨어로 평가받는 웨어러블 기기의 주도권을 선점한 상황이다. 이에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에서 구글의 흔적을 지우는 전략으로 각자도생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바다’처럼 자체 OS 운영의 위험 부담이 입증되면서 더욱 불거진 추세다.

인포메이션지는 “애플 아이폰이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된 것은 플랫폼의 힘”이라며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에 의지해 성장한 제조사들이 해당 플랫폼 지배력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이통사 의사결정이 관건

구글의 안드로이드 실버 인증제가 적용된 스마트폰, 태블릿PC의 시장 성패는 통신사의 의사결정에 달려있다. 우선 통신사의 선탑재 앱을 배제하는만큼 대형 통신사들이 유통에 적극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구글이 통신사에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구글은 제조사와의 협력관계는 끈끈했지만 상대적으로 통신사와는 제휴가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구글은 통신사와의 제휴 전략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해 구글은 미국 4대 통신사와 함께 ‘모토X’를 동시 출시했다. 마케팅비는 5000억원이 책정됐으며 통신사 선탑재 앱은 제외됐다. 앞서 ‘넥서스원’의 경우 초기에는 온라인 판매에 의존했지만 미국 T모바일과 제휴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한편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도 안드로이드 주도권 경쟁이 그대로 재현될 전망이다. 스마트 와치 등 새로운 하드웨어 시장에서 제조사들은 일단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에 의존해 기기를 개발하겠지만 자체 UX를 통한 플랫폼 지배력 싸움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